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참여형 지식인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소액주주운동을 이끌며 재벌 개혁 운동의 최전선에 뛰어들었다. 현실 정치엔 직접 뛰어들지는 않았으나 역대 정부와 정치권에서 수없는 러브콜을 받았다. 이번 정책실장 임명도 문재인 대통령의 끈질긴 설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2001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을 맡으며 재벌 그룹의 불합리한 지배구조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오늘날 재벌 개혁 운동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개혁연대의 전신이다. 이 시민단체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지명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소장을 맡아왔다.
장 교수의 재벌 개혁 운동은 기존 운동과는 차별점이 뚜렷했다. 재벌 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를 규합해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을 집중 질타했다. ‘자본주의 방식으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운동이었다. 2000년대 중후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장하성 펀드’를 만든 것도 소액주주운동과 맥락을 함께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장 교수의 관심 범위는 크게 넓어졌다. <한국자본주의 - 경제민주화를 넘어>(2014년) <왜 분노해야 하는가>(2015년)의 저서를 잇달아 펴내며 ‘재벌 개혁 그 이상’을 화두로 던졌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한 이 책들은 사회 양극화, 노동시장의 불합리성, 취약한 복지 문제까지 두루 짚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직 교수 중 재벌개혁 외에도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문제점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하고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인물은 단언컨대 장하성 교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은 지난 20여년 동안 끊임없이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할 당시 인수위원회 비공식 경제팀을 이끌었다. 이 팀에서 만든 보고서에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김대중 정부의 경제 정책 청사진이 담겼다. 당시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당시 30대 후반에 불과한 장 교수가 김대중 정부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린 건 김대중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그 이후로도 정치권에서 끊임없는 구애 대상이었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안철수 후보에서 정책 총괄을 맡았다. 국민의당 쪽 핵심 인사는 “장 교수가 오늘 아침 안철수 대표한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하성 실장의 한 측근은 “2012년 대선 때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오랜 기간 동안 민주당에서도 영입 제의가 지속됐다. 이번 정책실장 임명도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차례 장 교수를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장 교수의 청와대 합류에 대해 “든든하다”고 말했다.
한편 장 교수는 대표적인 호남 출신 엘리트이기도 하다. 광주서중을 나와 경기고-고려대를 졸업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와는 사촌지간이다.
△광주(64) △고려대 경영학과·미국 뉴욕주립대 얼바니대학원 경제학 석사·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 박사 △고려대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 △금융개혁위원회 자문위원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한국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 자문위원 △한국증권학회 이사 △한국금융학회 회장 △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 겸 고려대 부설 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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