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정책, 기업활동 위축’ 주장에
“책임감 갖고 성찰·반성 먼저 있어야”
“책임감 갖고 성찰·반성 먼저 있어야”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낮 서울 종로구 통의동 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비판하는 자료를 낸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상황판까지 설치한 청와대 ‘일자리정책 흔들지 말라’ 경고
노사정 위원회 설치 앞두고
대기업 반발 사전봉쇄 의도
노동계 참여 명분 마련도 고려 26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날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임부회장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인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재계의 반발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노동계·재계·정부가 참여하는 ‘일자리 위원회’ 등을 통해 일자리 정책을 추진할 계획인데, 이런 ‘사회적 대화 기구’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재계에 미리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국정기획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한겨레>와 만나 “청와대까지 나서 경총을 비판한 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라는 시그널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계의 대표 격인 경총이 새 정부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대기업들에게 명확히 인지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국정기획위의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노·사·정을 중심으로 이뤄질 ‘사회적 대화’를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한 데 이어,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노사정위원회에 참여 대상을 대폭 확대해 위원회의 위상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 기구를 지렛대 삼아 일자리 정책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노동공약 수립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참여정부 때 사회적 대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원인을 한두 번 따져본 게 아니다”라며 “일단은 재계를 견제하면서 노동계가 적극 참여할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경총을 먼저 비판하고 나선 배경엔 이런 전략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날을 세운 인물이 김영배 상임부회장라는 점도 청와대와 국정기획위가 예민하게 반응한 이유로 꼽힌다. 김 부회장은 참여정부 때 비정규직 관련법 제·개정을 위한 노·사·정 협상에 참여하는 등 20년 남짓 동안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 노동 협상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노련한 협상가다. 과거 노·사·정 협상에 여러 차례 참여한 한 전문가는 “김 부회장은 단순히 재계 입장을 대변한다기보다, 재계의 입장을 만들어내고 관철하는 인물이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한 인사가 김 부회장이 아니었다면 청와대까지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대기업 반발 사전봉쇄 의도
노동계 참여 명분 마련도 고려 26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날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임부회장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인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재계의 반발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노동계·재계·정부가 참여하는 ‘일자리 위원회’ 등을 통해 일자리 정책을 추진할 계획인데, 이런 ‘사회적 대화 기구’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재계에 미리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 연합뉴스
재계, 정부와 갈등관계 될까 긴장
일부 기업 정책 불만 속 경총 함구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의 비정규직 전환 정책에 관한 발언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자, 경총은 입을 다물었다.
26일 경총은 새 정부 쪽이 김 부회장의 전날 비정규직 관련 발언에 대해 비판한 데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경총 관계자는 “공식 입장은 없다. 다만 김 부회장의 발언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취지가 아니라 노동계의 일방적 주장에 대한 경영계의 입장을 밝힌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전날 열린 경총 포럼에서 “민간기업에서도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며 “회사의 특성이나 근로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비정규직은 안 된다는 인식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른 경제단체나 대기업도 이번 일이 새 정부와 기업 쪽의 갈등 구도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김 부회장의 발언이 과한 측면이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정이 어렵더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고, 정규직 전환을 계속 추진해왔다”며 “오히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서로 얼마나 양보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4대 그룹의 한 임원 역시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나 정규직 전환에 부담을 느끼지만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공공기관과는 달리 정규직 전환을 개별 기업 상황에 맞춰 투자와 함께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추진 방식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다른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큰 틀에서 방향이 틀린 것이 아니지만,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 각 그룹의 상황을 점검하는 것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정책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다”며 “다른 그룹과 비교하게 되면 아무래도 부담을 느끼고 ‘밑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인위적인 움직임까지 나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관련기사
이슈문재인 정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