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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김상조는 왜 좌우 모두에서 공격받을까

등록 2017-05-27 09:36수정 2017-05-28 14:44

[토요판] 뉴스분석 왜?
‘김상조 후보자’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내정 발표 다음날인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내정 발표 다음날인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의 첫번째 장관급 인사로 발표한 인물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다. 지난 20년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운동에 매진해온 대표적 경제학자인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재벌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다는 평가와 외려 재벌개혁의 의지가 퇴보했다는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대표적 재벌개혁론자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가 내정한 첫번째 장관급 인사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주도하는 사법개혁과 함께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4월12일 오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캠프에 합류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오른쪽)를 옆에 세워두고 `사람중심 성장경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4월12일 오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캠프에 합류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오른쪽)를 옆에 세워두고 `사람중심 성장경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물론 김 후보자와 공정위가 대통령의 개혁공약 이행에 하루속히 착수하려면 인사청문회 통과가 선결 과제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청문회 날짜를 공정위 요청대로 30일 열자고 제안했으나,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준비 부족을 이유로 다음달 7일 열자고 맞서며 줄다리기를 벌였다. 결국 다음달 2일로 절충이 이뤄졌지만, 청문회에 임하는 야당의 각오가 읽힌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들로만 보면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김 위원장의 인사청문회도 호락호락 넘기지는 않겠다는 태도”라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분위기는 이미 예고된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8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의 세가지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문제가 많은 인사로,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자유한국당은 우선 김 교수가 끊임없이 정치권을 전전하며 양지를 추구하는 전형적인 폴리페서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김 후보자는 공직에 대한 욕심 때문에 정치권 주위를 기웃거린 인사들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을 대체로 받아왔다. 2012년 이후 치러진 두차례 총선에서 여러 정당으로부터 비례대표 공천이라는 러브콜을 수차례 받았으나 모두 거절한 일화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것도 원래 그의 계획에는 없던 일이다. 김 후보자는 대선 전 “원래는 선거에 관여할 생각이 없었으나,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상황인데다 개혁을 성공시켜야 하는 개혁진보진영이 제대로 준비를 못하고 있다는 걱정 때문에 마음을 바꾸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관가에서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수많은 교수들이 청와대와 정부에서 요직을 맡은 것을 국민이 다 아는데, 자유한국당이 폴리페서 비판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뱉기 아니냐”며 새 정부의 경제개혁을 주도할 김 후보자를 흔들기 위한 의도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김상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앞두고좌
우에서 정반대 비판 쏟아져
한국당 “문제적 인사로 철회 마땅”
진보 쪽 “재벌 개혁 의지 있나” 의심

문재인 정부가 법률로 임기가 보장된 공정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김 교수를 임명했다는 두번째 주장도 설득력이 낮은 편이다. 자유한국당의 지적대로 공정거래법은 ‘경제검찰’인 공정위의 독립성 차원에서 위원장의 임기를 3년으로 정해놓고 있다. 정재찬 현 공정위원장의 임기는 올해 말이다. 하지만 그는 대선 전부터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실제 대선 직후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및 국무총리와 다른 장관들과 함께 자진해서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마치 새 정부가 강제로 쫓아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박근혜·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공정위원장은 현직을 제외하면 모두 4명. 이 중에서 국세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모두 중간에 경질됐다.

주목을 끄는 것은 김 후보자가 재벌에 대한 경도된 시각을 갖고 있어 재벌의 긍정적 측면도 고려한 균형 잡힌 재벌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세번째 주장이다. 김 후보자는 새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함께 지난 20년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운동에 매달려왔다. 언론에서는 이런 그에게 ‘재벌개혁 전도사’,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을 흔히 붙였다.

하지만 개혁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오히려 그를 (재벌개혁을 포기한) ‘변절자’로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도 있다. 동일한 사람을 놓고 좌우 양극단에서 정반대 공격을 하는 기이한 모양새다. 이스라엘식 강력한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김 후보자의 재벌개혁 의지를 신뢰하기 힘들다”며 “청문회에서 재벌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재벌해체론을 펴는 극단적인 재벌개혁론자와는 거리를 둔다. “재벌개혁은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재벌이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보완하자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인사 발표 다음날인 5월18일 공정위 출입기자들에게 이렇게 소신을 밝혔다. 또 그는 “재벌개혁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불건전한 지배구조로 인해 깨진 시장질서를 공정하게 재확립해서 한국 경제의 활력을 다시 살리고 국민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2004년 2월27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며 주최 쪽을 향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04년 2월27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며 주최 쪽을 향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그동안 김 후보자가 ‘주류’ 개혁진보진영과 다른 목소리를 내어 소동이 벌어진 건 한두번이 아니다. 2015년 말 원샷법(기업활력 제고 특별법) 파동이 대표적이다. 원샷법은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의 사업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다. 당시 김 후보자는 원샷법의 국회 처리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던 보수와 진보 진영 양쪽을 싸잡아 비난했다. “원샷법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긴요하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 ‘삼성 특혜’ 우려가 크다는 야당과 진보진영 모두 허풍을 치고 있다.”

2015년 3월에는 삼성에스디에스 상장으로 삼성 총수일가와 전문경영인이 얻은 수조원대의 부당이득을 환수하기 위해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이른바 ‘이학수 특별법’을 반대하며, 개혁의 ‘동지’이자 선배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와 공개 지면토론을 벌이기까지 했다. “재벌의 배임·횡령을 통해 얻은 부당이득에 대해 영미의 민사적 몰수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전 교수안)과 현행 형사적 몰수 방식을 강화하는 방안(김 후보자 안)으로 갈리는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느 것이 더 최선이냐는 판단의 차이 때문이다. 내부 이견이 있어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해온 진보의 금기를 깨야 한다.”

이뿐 아니다. 김 후보자는 여야가 ‘증세 없는 복지’와 ‘부자증세 및 엠비(MB)감세 철회’로 대립할 때도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여당의 증세 없는 복지가 거짓인 것처럼 야당이 부자증세나 엠비감세 철회만으로 복지재원 마련이 가능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거짓이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만으로는 보편복지가 불가능하고 부가세를 포함한 전면적인 증세가 필요하다.”

대선 직전 개혁진보진영에서 ‘재벌 3세 승계 금지’,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10대 그룹 대상의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 강력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방안들이 쏟아질 때도 혼자 반기를 들었다. “이념적 슬로건, 비현실적 목표, 생경한 수단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전면화해 선명성 경쟁을 하다 보면 재벌의 반발을 초래하고 국민의 지지도 얻기 힘들어 오히려 개혁 실패의 원인이 될 우려가 높다.”

이런 그의 생각과 행동은 오랜 경제개혁운동 과정에서 스스로 체득한 것이다. 2012년 초 집필한 <종횡무진 한국경제>는 그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개혁 방법론에서 가장 중요한 두가지 개념으로 ‘경로의존성’과 ‘제도적 상호의존성’을 강조한다.

경로의존성은 과거에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가 현재의 선택과 미래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경로의존성의 관점에서 보면 정책 대안은 주어진 현실 조건을 고려해서 찾을 수밖에 없다. 또 제도적 상호의존성은, 어느 한 제도의 성과는 다른 제도들과 얼마나 긴밀한 보완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나름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사외이사 제도가 한국에서 총수의 거수기로 전락한 것은 미국처럼 적극적인 기관투자가와 효율적인 소송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경로의존성과 상호보완성은 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들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며 “재벌과 금융 개혁이 한국 경제의 진보를 위한 근본 과제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 주가와 부동산 가격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국민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고는 어떤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한국적 개혁 방법론 강조하며
주요 안마다 좌우 구분 없이 공격해와
“내 개혁의지 조금도 후퇴 없으며
지속가능한 개혁방법 찾아야 한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진보-보수, 좌-우를 냉정하게 가리지 않는 행보를 보여왔다. 삼성과 민주노총, 자유한국당과 정의당 등 자신의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생각과 정책 방안을 경청하겠다는 사람들은 모두 만났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참여하기 이전에는 여야 가리지 않고 대선 예비후보들 거의 모두가 그를 초청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도 2012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포럼’ 주관으로 그를 불렀다. 진정한 개혁을 이루려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함께 2015년 6월부터 20차례 가까이 보수-진보 합동토론회를 연 것도 그 연장선이다. 과거 새누리당에서 비상대책위원을 지냈던 이준석 바른정당 당협위원장도 “김 후보자는 합리적 개혁론을 펴는 주류 경제학자로, 삼성에서도 사장단회의에 초청해 특강을 들었을 정도”라며 “자유한국당이 김 후보자를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계 역시 한편으론 김 후보자에 대해 긴장하면서도, 무조건 개혁의 칼날을 휘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상의 한 임원은 “김 후보자는 개혁적이면서도 합리성이 돋보인다”며 “지난 3월 대선 후보들에게 경제계의 제언문을 작성할 때도 사전에 김 후보자를 몇차례 만나 자문을 구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공정위 고위 간부는 “김 후보자는 개혁정책의 취지와 함께 이 정책이 과연 실현 가능한지, 성공 가능성은 있는지를 중시한다”며 “여당이나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김 후보자에 대해 개혁의 선명성이나 의지가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김 후보의 합리성이 개혁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이는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상반된 시선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까? 김 후보자는 “저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섞여 있는 것을 잘 안다. 분명한 것은 개혁의지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한국 경제의 변화된 환경 속에서 좀더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혁의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혁(혁명)의 역사는 언제나 근본주의와 수정주의 간의 날카로운 대립 속에서 진행돼왔다. 원칙을 중시하는 강경파들이 보기에 김 후보자가 너무 약해 보일 수 있다. 반대로 현실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반대로 위험해 보일 수 있다. 이런 좌우 양극단의 상반된 평가는 어쩌면 잘못된 현실을 고쳐가면서도 균형도 잃지 않으려는 끊임없는 노력의 증거물인지도 모른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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