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신설될 ‘중소벤처기업부’가 정부 관련 부처들 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중소기업청은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경제 부처들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기존 업무와 기능의 상당 부분이 중소벤처기업부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중기청과 국정기획자문위 등에 따르면, 중기청의 부 승격을 빼면 구체적 개편 방향을 정해놓지 않았다. 6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정부조직법 개정 작업은 행정자치부가 맡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부처들끼리 업무 권한, 예산, 자리 등 ‘밥그릇’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물론, 소상공인 정책을 총괄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야 한다”며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을 약속했다. 산업(기업) 정책의 기조가 수출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뀐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각 부처에 산재된 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통합·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춰야 한다. 당장 산하 공공기관을 포함한 다른 부처의 기능 조정과 업무 이관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부처간 신경전은 벌써 시작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부에 중소기업 관련 모든 업무를 넘기면 안 된다”며 “큰 틀에서의 중소기업 관련 제도나 지원책만 담당해야 한다. 연구개발(R&D)이 필요한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지원·육성 업무는 그 분야와 관련된 부처에서 맡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부처 관계자는 “산업부가 코트라, 무역보험공사 등이 대부분 중소기업 지원업무를 맡고 있어 (이를 넘겨줄까봐) 가장 비상이다”라고 말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다른 부처로 유출된 국정기획자문회의 업무 보고 내용을 놓고 해당 부처들 쪽에서 항의가 들어오고 심지어는 학계 관계자들을 동원해 비판 여론을 편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계에선 이러다가 여론전에 밀린 중기청이 단지 무늬만 장관급 부처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성공적으로 출범하려면 부처 이기주의는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기준으로 16조6천여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중소기업 지원 사업의 경우 18개 중앙부처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흩어져 시행되고 있다. 유사·중복 사업이라든지 사각 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별 사업 성과에 대한 종합 평가나 조정 절차도 거의 없다.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중소기업 지원체계가 구축되려면 부처간 ‘칸막이’식 사업 추진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백훈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정책을 다루는 각 부처의 업무와 기능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면 현재 시행중인 사업들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 분석과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명박 정부 때 폐지한 ‘중소기업정책심의회’와 같은 범부처 심의조정 기구의 부활을 제안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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