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시 정부세종청사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정부가 통상 기능을 외교부에 이관하지 않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남겨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그 배경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시급한 통상 현안 때문이라는 분석과 산업부를 달래기 위한 조처라는 해석 등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나와 “통상 부문을 기존 외교부에서 분리해 산업부로 보낸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본다. 외교부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기류가 바뀐 건 지난 2일 박광온 국가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이 “(산업부에 통상 기능을 그대로 두는) 방향으로의 논의는 사실이지만 협의할 과정이 남아 있어 최종 결정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밝히면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도 4일 “현재까지는 (산업부 안에 그대로 두는) 그 방안이 유력하다”라고 말했다. 자문위와 관계기관들은 5일 이관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한다.
이러한 조처는 미국의 ‘통상 압박’이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많다. 최근 미국 정부가 철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하는 등 압박하고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이르면 올해 안에 구체적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산업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의 보호주의 등 통상 파고가 높은 상황에서 부처 이관이 이뤄지면 반 년 정도는 어수선해서 제대로 업무에 임하기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통상교섭본부가 산업부로 옮겨올 때도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진행 중이었다는 점에서 ‘시급한 통상 현안’은 큰 이유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오히려 새로 만들어질 중소벤처기업부에 상당한 기능을 떼어주고, ‘4차산업 혁명’ 관련 정책도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등 초라해진 산업부를 달래기 위한 조처라는 것이다. 또 세종시에 있는 통상 조직이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로 이동하는 것도 문제다. 외교부 별관은 문 대통령이 내세운 ‘광화문 집무실’ 후보지다. 산업부에 통상 기능이 남더라도 다시 논의될 수 있다. ‘통상 역량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새 정부가, 한때 장관급(통상교섭본부장)이던 조직이 차관보로 낮춰져 이를 수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통상 문제는 나라의 전반적인 외교·통상·안보의 틀 속에서 따져야 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처럼 독립기관을 만들어 부처 벽을 넘는 틀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환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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