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회복세, 유가상승·신흥국물량증가 ‘쌍끌이’

현대경제연, 품목별 수출증가율 요인 분석 보고서
유가 인상 가격상승효과 60%, 신흥국 수입물량효과 40%
반도체는 물량증가효과 73%, 석유제품은 가격상승효과 99%
“유가상승 제한적이라서 하반기 수출증가세 둔화될 듯”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탄탄한 회복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수출 증가를 이끄는 주요 요인은 유가 상승 등에 따른 수출 ‘가격’ 상승 효과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수출 ‘물량’이 증가한 효과도 수출을 견인하고 있으나, 유가 상승세가 제한적이라서 하반기 수출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8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최근 수출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수출금액지수를 살펴본 결과 올들어 4월까지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6.8%로, 이 중에서 물량 증가에 따른 부분이 6.8%포인트, 가격 상승 요인이 10.1%포인트로 나타났다. 즉 수출 증가율의 요인을 분해하면, 가격 상승에 따른 부분이 60%, 물량 증가로 인한 부분이 40%라는 뜻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가격의 경우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수출가격과 국제유가가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어 최근의 수출 가격 상승의 상당 부분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와 함께 물량 쪽을 보면, 선진국의 수입물량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는 반면 신흥국의 수입물량은 급증하고 있어 지난해 4분기 이후 나타난 우리나라 수출 물량 증가는 주로 신흥국 수입물량 증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주력 수출품목별로 보면, 반도체는 1~4월 수출 증가율(48.8%) 중에 물량 증가 부분이 73%이고, 가격상승의 기여분은 27%였다. 석유화학은 수출 증가율(23.0%) 중 가격상승 부분이 64%, 물량 증가 부분이 36%로 나타났다. 반면, 석유제품은 수출 증가율(46.6%) 중 가격상승 부분이 99%로 압도적이고 물량 증가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역시 수출 증가율(23.6%) 가운데 가격상승 부분이 80%로 압도적이고 물량증가의 기여분은 20%였다. 이와 정반대로 자동차는 수출 증가율(3.8%) 중 가격상승 부분은 8%에 불과한 반면, 물량 증가 부분이 92%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들어 수출이 대폭 감소(-39.6%)한 스마트폰을 보면, 감소율 중에서 물량 감소 요인이 84%로 압도적이고, 가격 하락 요인은 16%로 분석됐다. 디스플레이는 수출증가율(31.9%) 중에서 가격상승 부분이 96%로 압도적이었고 물량 증가의 기여분은 4%에 그쳤다. 연구원은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은 국제 유가 상승이 직접적으로 수출가격을 견인했고 반도체·철강·디스플레이는 공급과잉 완화와 초과 수요 등에 따른 수출 단가 상승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며 “올 상반기에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 기업들이 영업이익률 하락을 방지하려고 수출 단가를 일부 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그러나, 올해 하반기에도 수출 증가세는 지속되겠지만 최근의 유가 상승이 수요 회복보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영향이 큰데다 미국 셰일오일 증산으로 유가 상승이 제한될 전망이어서 하반기 수출 증가세는 상반기에 견줘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계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