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매매시장 한달새 급등
경제팀 더딘 인선·대응 실기 우려
“거시경제운용 전문가 기용 필요”
경제팀 더딘 인선·대응 실기 우려
“거시경제운용 전문가 기용 필요”
“이제 피(프리미엄의 준말·분양권에 얹어주는 웃돈) 6천만원 이하는 하나도 없어요.”
지난 3일 찾은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일대는 주말인데도 콘크리트를 실은 대형 트럭이 줄지어 흙먼지를 날리고 있었다.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한강수자인 아파트 단지는 모양새를 거의 갖추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ㄱ공인중개소 대표는 “보름새 피가 쑥쑥 올라가고 있다. 한 달 전에 견주면 피가 2천만원 정도 뛰었다. 8월에 대출 규제를 강화한다는 소문도 돌지만 (분양권) 매도자들은 좀더 웃돈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광명 고속전철역 주변에 조성될 테크노밸리와 가까운 경기도 시흥 목감지구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 지역 ㄴ공인중개소에서 일하는 한 중개업자는 “지난주(5월21~27일)에 지방에서 무리를 지어온 사람들이 매물(분양권)을 쓸어가다시피 했다. 우리도 12채나 거래했다”며 “인기가 있는 28~30평형대 매물은 찾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한달새 부동산 시장이 크게 들썩이고 있다. 연초부터 국내외 경기회복 추세가 이어지고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데 힘입어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가격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새 정부 경제정책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이를 제대로 관리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분양권 시장은 부동산 투자 심리를 가장 잘 반영하는 곳이다. 계약금(통상 분양가의 10%)만 자기 돈으로 지급하고 입주 때까지 오를 웃돈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조그마한 소문에 웃돈을 올리거나 내린다. 정성태 엘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분양권 거래 시장이나 분양 시장을 모니터해보면 부동산 시장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아파트 매매시장도 같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5·9 대선 전후로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한 서울 아파트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주간조사에서 강남구 아파트값은 한주 전보다 0.71%, 서초구는 0.66% 뛰었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의 임병철 선임매니저는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남짓 서울 아파트값은 안정적 흐름을 보였으나 대선 직후 상승폭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않은 상황이지만 정부 대책은 감감 무소식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조기 대선을 치른 만큼 경제팀 인선이 더딜 수밖에 없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최근 집값 과열 현상에 대한 정부의 메시지가 제때 나오지 않고 있어 우려된다. 대출규제 정책도 적절한 경고 신호를 주면서 과열 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처의 한 간부는 지난 1일 문 대통령이 가계부채 문제를 심층 토론했다고 밝힌 수석·보좌관회의를 언급하며 “회의 참석자들 중에 가계부채 대책에 대한 정책 수립에 관여했거나 깊이있는 관련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 없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까지 진행된 새 정부 경제팀의 면면을 보면 거시경제정책이나 부동산·금융분야 등에 정통한 인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경제참모진인 장하성 정책실장은 경영학자로, 주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분야에 안목이 깊다. 김현철 경제보좌관도 일본통으로 알려진 경영학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고형권 기재부 1차관 역시 예산통으로 꼽히는 이들이다.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 금융위원장 등은 아직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한 자문위원은 “기재부 장관과 1차관 모두 예산통을 기용한 것은 다소 파격적 인사로 보인다. 통상 기재부 1차관은 금융·실물 경제나 세제에 밝은 인물이 기용돼 왔는데, 새 정부가 안정적 거시경제 운용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