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고리 인근 지역 어린이들과 영구정지 버튼을 누른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공약대로 이미 이행됐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해 전력요금을 21% 상승시키는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수립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끝나는 2029년에도 탈원전·탈석탄 공약으로 인해 20%의 전력요금 인상 요인이 생기는 것으로 추산됐다.
20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신정부 전원구성안 영향 분석’ 보고서는 새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관련 공약 4가지의 전부 이행을 가정한 뒤 이것이 발전단가 등에 미치는 영향을 추계했다. 4가지 공약을 보면, △원전은 신고리 5·6호기부터 신규원전 건설 불가 및 계속운전(기존 원전 수명연장) 불가 △석탄은 수명 30년 이상 석탄발전소 폐지 및 신규석탄 건설 불가 △신재생은 국내 총전원에서 차지하는 발전량(지난해 4.8%)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 △액화천연가스(LNG·엘엔지)는 탈원전·탈석탄에 따라 축소되는 용량을 엘엔지로 대체한다는 내용이다.
우선 각 전원별로 국내 총설비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제7차 계획의 경우 2029년에 원전 28.2%, 석탄 32.3%, 가스 30.6%, 신재생에너지 4.6%다. 그러나 새 정부의 4가지 공약이 모두 이행되는 ‘탈원전·탈석탄 시나리오(2030년)’에서는 각각의 비중이 12.9%, 17.0%, 56.5%, 9.4%로 바뀐다. 7차 계획상의 2029년에 견줘 2030년에 가스발전 설비는 약 35GW 더 늘어야 하고, 신재생에너지도 2배가량 증가해야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2030년 전원 구성을 2016년 발전량 실적치에 반영해 2016년 발전량을 재도출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이 과정을 따라가보자. 2016년 국내 총발전량은 54만441GWh였다. 이 발전량을 탈원전·탈석탄 시나리오 조건에서 생산·공급하게 된다면 이제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각 전원의 비중은 원자력 17.9%, 선탄 23.7%, 가스 38.4%, 신재생 20.0%가 된다. 나아가 2016년 국내 전력판매총액은 55조2875억원이다. 여기에 2016년의 발전단가(1㎾h당 원전 67.9원, 석탄 73.9원, 가스 99.4원, 신재생 186.7원)와 탈원전·탈석탄 시나리오상의 각 전원별 비중을 함께 종합하면 2016년 발전비용은 11조6천억원(21%)이 더 증가하게 된다. 즉 지난해에만 21%의 전력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배럴당 43.4달러(2016년 브렌트유 평균가)의 국제유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발전비용 상승폭이다. 유가가 더 인상되면 발전원가도 비례해 증가하게 된다. 한편, 탈원전·탈석탄 시나리오에서 2016년의 엘엔지 추가 수요량은 1168만톤(2016년 발전용 엘엔지 소비량은 총 647만톤)에 이른다. 반면에 석탄발전이 대폭 줄어들면서 온실가스는 4912만톤이 감축된다.
전력수급은 어떨까? 연구원은 “탈원전·탈석탄 시나리오의 설비구성 비중을 반영했을 때 2016년 전력수급은 설비예비율 15%, 공급예비율 10.6%로 최대부하시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급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어, 2016년 발전량 변화를 계산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제7차 계획상의 2029년 발전량과 탈원전·탈석탄 시나리오에서의 2029년 발전량을 서로 비교했다. 그 결과, 탈원전·탈석탄 시나리오에서 2029년 발전비용은 제7차 계획에 비해 10조9천억원(19.8%)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19.8%의 전력요금 인상 요인이 생긴다는 얘기다. 이 경우 엘엔지는 7차 계획의 2029년(발전용 948만톤, 도시가스용 2517만톤)에 견줘 추가 수요량이 2378만톤에 이른다. 반면에 온실가스는 6711만톤이 감축된다. 연구원은 “세계 엘엔지 공급 능력을 고려할 때 탈원전·탈석탄에 따른 국내 엘엔지 수요 증가분을 충족할 수는 있지만, 다른 국가들도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펴서 전 세계적으로 엘엔지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면 수급 불안정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탈원전탈석탄 시나리오가 물가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보고서는 발전비용이 20% 상승할 경우 산업연관분석 방법을 이용해 분석해본 결과 물가는 연간 1.16% 상승하고, 경제성장율은 0.93%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일반균형이론(CGE) 방법을 이용해 분석하면 물가는 0.46% 상승하고, 경제성장율은 0.70% 감소한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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