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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한민국 여성, 여전히 가난하거나 불안하거나

등록 2017-06-27 12:00수정 2017-06-27 20:04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남성 대비 임금 수준 64.1%
범죄 발생 불안하다 응답률 ↑
여성1인가구 절반 소득 100만원 미만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 추모행동 행사가 열린 17일 저녁 참가자들이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국화를 헌화하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 추모행동 행사가 열린 17일 저녁 참가자들이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국화를 헌화하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지영씨는 얼굴형도 예쁘고 콧날도 날렵하니까 쌍꺼풀 수술만 하면 되겠다며 외모에 대한 칭찬인지 충고인지도 계속 늘어놓았다. 남자 친구가 있느냐고 묻더니 원래 골키퍼가 있어야 골 넣을 맛이 난다는 둥 한 번도 안 해 본 여자는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여자는 없다는 둥 웃기지도 않는 19금 유머까지 남발했다. 무엇보다 계속 술을 권했다. 주량을 넘어섰다고, 귀갓길이 위험하다고, 이제 그만 마시겠다고 해도 여기 이렇게 남자가 많은데 뭐가 걱정이냐고 반문했다. 니들이 제일 걱정이거든. 김지영씨는 대답을 속으로 삼키며 눈치껏 빈 컵과 냉면 그릇에 술을 쏟아 버렸다.”

82년생 여성 가운데 가장 흔한 이름인 ‘김지영’이 겪는 일상화된 성차별을 다룬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한 대목이다. 소설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3인칭으로 찬찬히 묘사한다.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의 실질화를 추구하기 위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부 개정된 지도 3년이 지났다. 김지영들의 삶은 좀더 나아졌을까?

27일 통계청이 여성가족부와 함께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아직은 아니”라고 답한다. 2565만6000명, 전체 인구의 49.9%를 차지하는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가난하고,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먼저 여성의 월평균 임금 수준(2016년 기준)은 186만9000원으로 남성(291만8000원)의 64.1%에 그쳤다.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 수준은 2006년 61.5%에서 지난해 64.1%로 10년 사이 2.6%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임금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노동조건 역시 열악했다. 사회보험 가입률에서도 여성은 국민연금(64.3%), 건강보험(67.0%), 고용보험(64.8%) 등으로, 국민연금(74.9%), 건강보험(78.7%), 고용보험(76.0%)에 이르는 남성에 비해 10%포인트 넘게 차이가 벌어졌다.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도 지난해 기준 41.0%로 남성(26.4%)에 비해 높았다.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2014년 39.9%에서 2015년 40.2% 등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경제적 양성평등은 더디기만 한 셈이다.

여성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환경도 여전하다. 2016년 기준 여성의 절반 이상(50.9%)은 전반적인 사회 안전에 대해 ‘불안하다’고 인식했다. ‘안전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0.6%에 그쳤다. 남성도 불안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40.1%에 그쳐, 1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벌어졌다. 문제는 불안한 이유였다. 여성은 가장 주된 불안함의 근거로 37.3%가 ‘범죄발생’을 꼽았다. 국가안보(16.5%), 경제적 위험(13.6%)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은 가장 불안한 요인이 국가안보(22.2%)였다. 이어 범죄발생(21.9%), 경제적 위험(17.5%) 순이었다. 여성들은 ‘잠재적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불안감’에는 실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 강력(흉악)범죄의 피해를 입은 3만1431명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88.9%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성이 오롯이 홀로 살아가기엔 버거운 현실도 드러난다. 261만가구에 달하는 여성 1인가구의 삶을 들여다보면,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구가 56.9%로 절반이 넘었다. 남성 1인가구 가운데 월평균 소득 100만원 이하의 비율은 29.5%로 여성의 절반 수준이다. 300만원 이상 고소득을 기록한 여성 1인가구는 7.9%로 남성(20.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여성 1인가구의 46.2%는 사회 안전이 불안하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는 37.2%가 ‘범죄발생’을 꼽았다.

통계청은 1997년 이후 매해 양성평등주간을 앞두고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를 여성가족부와 함께 낸다. 양성평등기본법에서 정하고 있는 양성평등주간은 7월1일~7일까지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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