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정상 간의 상견례 및 만찬이 29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양국정상 간의 상견례 및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백악관으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미국 현지시각)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한국과 바로 (재협상을)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무역적자)지속을 허락할 수 없다”며 한-미 양국간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착수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그는 정상회담에 앞서 한 모두발언에서도 “우리는 지금부터 무역 협상을 재협상하고 있다. 희망컨대 공평한 협상이 될 것이다. 그것은 한-미 모두에 공정한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은 또 “(한-미 에프티에이)무역협상은 미국에는 부당한 협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상당히 다를 것이다. 우리는 미국 노동자에게 매우 좋은 협상을 원한다. 두 당사자한테도 호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도 “(2012년 한-미 에프티에이 발효 이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이 110억달러 증가했다”며 “한-미 에프티에이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해 양국간 무역 현안을 함께 해결해나가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미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철강 제품의 덤핑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로 했다”며 “(양국이)함께 노력해 공정한 협상이 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해, 재협상이 양국 사이에 사실상 합의된 것으로 여기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이 눈앞에 당장 현실화하면서 우리 통상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에 나서더라도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시작될 것으로 관측해왔다. 미국 통상당국은 오는 8월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돌입할 예정인데, 이 협상은 내년 하반기에나 마무리될 공산이 크고,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은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지금부터 무역 협상을 재협상하고 있다”고 몰아치면서 나프타 재협상과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이 엇비슷한 시기에 동시 개시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 통상당국과 무역협회는 적극적인 ‘아웃리치’(out-reach) 활동을 펴며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 국면을 피하기 위해 미국 쪽을 다방면으로 설득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는 미 의회와 워싱턴의 주요 싱크탱크 및 경제단체 등을 상대로 한-미 에프이티에가 양국에 ‘상호 호혜적’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설명해온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지목해온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최대한 줄이는 무역수지 관리를 통해 ‘미국 달래기’에 나서왔다. 실제로 올들어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1~5월까지 누적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69억2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억1천만달러나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 감소액(25억6천만달러)을 이미 훨씬 넘어섰다. 미국산 제품의 월별 수입액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다.
하지만 우리 쪽의 이런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설득’은 끝내 통하지 않고 물거품이 된 셈이다.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외로 서둘러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우리 통상당국으로서는 당장 우리 수출업계의 이익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새로운 이익균형’을 달성해야 하는, 험난한 재협상 경로에 들어서게 됐다.
한편,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투자와 비즈니스 증진을 위한 산업협력 대화채널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분야 협력을 위한 고위급 경제협의회 △민관합동포럼 등을 활용해 다양한 호혜적 경제협력 기회를 발굴하기로 했다. 특히 양국은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철강 과잉설비 감축 및 비관세 무역장벽 감소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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