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동자들은 ‘읽기’ ‘쓰기’ 등 기능의 활용도는 양호하지만 ‘문제해결 능력’은 미흡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문제해결 능력은 미래 일자리에서 요구되는 핵심적인 역량인 만큼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3일 ‘한국 성인역량의 현황과 개선방향: 문제해결 스킬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한국의 직장인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기능을 활용하는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3개국 가운데 29위에 그친다고 밝혔다. 문제해결 능력이란 해답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역량을 말한다. 대신 한국의 직장인들은 개별 기능의 활용도 자체는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에서 활용되는 각종 기능 가운데 읽기 기능은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16위, 수리능력은 11위, 정보통신기술 활용능력은 17위 등이었다. 결과적으로, 업무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 기능을 활용하는 빈도가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이시디는 2012~2016년 각국 성인(16~65살)의 언어능력·수리력·정보통신기술(ICT) 활용능력 등을 설문조사한 바 있다. 보고서는 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국 직장인의 기능 활용도를 평가했다.
직종별로는 문제해결 능력이 더 많이 요구되는 고위 임직원 및 관리직, 전문직 등 고숙련직에서 문제해결 능력의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무직 종사자는 읽기·쓰기 등 각종 기능의 활용도가 최고 수준이었고, 문제해결 능력 활용도 역시 오이시디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의 직장인들이 업무 관련 전문지식을 습득할 기회가 적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인적 교류가 적거나, 상호 협력이 부족한 경직적인 직장 문화도 문제해결 능력의 활용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문제해결에는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능력 만큼이나, 타인과 협동하고 소통하는 등의 사회적 능력도 함께 요구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높은 장벽이 놓인 노동시장의 양극화 역시 구조적인 요인이라고 짚었다. 고용이 불안정하거나 열악한 일자리에서는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할 동기가 부족하고, 기업 입장에서도 노동자의 역량 개발을 위해 노력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직업 교육과 훈련의 현장성을 강화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문제해결 능력이 요구되는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기존 직업능력 교육의 방식을 현장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일 기반 학습’을 확대하고, 문제해결 과정을 중시하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장기적인 과제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경기에 따라 고용하거나 해고하는 ‘인력 조정의 유연성’보다 임금과 근로시간 등을 탄력적으로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며 “안정적인 고용여건에서 기업과 노동자가 문제해결 능력을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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