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인 10명 중 7명 “인사평가 불신”

대한상의 대·중견기업 직장인 700명 인식조사
인사평가 합리·투명·공정성 모두 30%대 ‘낙제’
사내정치 좌우·개인 이미지 위주 평가 주요인
“인사평가 개인·회사 성장에 모두 도움” 17%

자료:대한상의 (직장인 700명 인식조사)

한국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은 회사의 ‘인사평가제도’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6일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70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한 결과 인사평가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5.1%에 달했다고 밝혔다.

부문별로 보면 평가기준의 합리성(36.6%), 평가과정의 투명성(38.6%), 평가결과의 공정성(36.9%) 등에서 긍정적인 응답이 모두 40%에 미달하는 낙제점을 받았다. 직장인들은 이같이 응답한 이유에 대해 ‘사내정치에 좌우’(59%), ‘개인 이미지 위주 평가’(41%), ‘연공서열’(36%), ‘온정주의 평가’(28%) 등의 순으로 답변했다.

조사에 참여한 한 전자부품업체의 ㄱ 과장은 “평가기준이 불명확하고 평가과정도 일방적인 데다 근거마저 불분명하다”면서 “상위고과를 받기보다 찍혀서 하위고과만 안 받으면 다행으로 생각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직장인들은 인사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항목으로 ‘조직공헌도’(38%)보다 ‘평가자에 대한 충성도’(62%)를 더 많이 꼽았다. 또 ‘조직 전체 이익 기여’(26%)보다 ‘부서 이익 기여‘(75%)가, ‘업무과정’(29%)보다 ‘결과와 실적’(70%)이, ‘도전·혁신적 태도’(34%)보다 ‘안전·보수적 태도’(66%)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많은 기업이 도전과 협업, 법령과 규범 준수 등을 강조하지만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이런 원칙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후진적 인사평가가 오히려 개인과 조직에 해가 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현행 인사평가가 개인과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모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17%에 불과한 반면 ‘모두 도움이 안된다’는 답변은 44%로 3배에 육박했다. 인사평가의 동기부여 효과에 대해서도 ‘오히려 의욕을 꺾는다’(43.5%)와 ‘아무 영향력이 없다’(16.5%) 등 부정적 반응이 60%에 달했다.

인사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그나마 실제 인사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사평가 결과가 인사관리와 연계되는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61%)가 ‘그렇다’(39%)보다 훨씬 많았다.

대한상의 이동근 상근부회장은 “구시대적인 인사평가 관행이 상시야근, 실적중시·규범무시, 도전기피 등 부정적 기업문화의 근본원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창의와 혁신의 기업문화를 구축하려면 후진적 인사평가 관행부터 선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