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생계형’ 업종 보호
권고 아닌 법적 구속력 확보로
중기·소상공인 생존권 보호 추진
포괄적 규제땐 통상마찰 등 우려
동반성장위 ‘상생형’은 현행 유지
권고 아닌 법적 구속력 확보로
중기·소상공인 생존권 보호 추진
포괄적 규제땐 통상마찰 등 우려
동반성장위 ‘상생형’은 현행 유지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위주의 사업에 대기업의 진출을 억제하는 적합업종제도를 ‘생계형’과 ‘상생형’으로 나눠 시행하기로 했다. 소규모 기업과 영세자영업 가계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는 사업영역에 대해서는 특별법으로 대기업의 진입을 막고,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현행 적합업종제도는 그대로 둔 가운데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기로 했다. 경제적 약자의 생계형 적합업종은 정부 주도의 ‘규제’로, 나머지 대·중소기업 간 갈등은 민간 자율의 ‘사회적 합의’라는 틀로 이원화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관계자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적합업종 법제화에 대해 “소상공인 등의 생계형 사업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 특별법을 도입하기로 정부 관계부처와 여당 간 협의가 마무리돼 곧 국회에 입법안을 내기로 했다. 민간 자율로 운영하는 현행 적합업종제도는 그대로 유지한 채 보완적 수단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별법에 따른 적합업종 지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기존 제도보다 대상과 범위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을 근거로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는 현행 적합업종제도는 중소기업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지만 민간 자율합의라는 한계 때문에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기업 쪽의 의도적인 합의 지연이 잦고,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더라도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해당 업종에 진출하는 대기업을 제재할 수단이 없다. 더욱이 현재 지정된 72개 적합업종(품목) 가운데 47개 품목은 올 연말까지, 나머지 품목도 ‘최장 6년까지’로 되어 있는 동반성장위 내부규정에 따라 2020년까지는 모두 순차적으로 적합업종에서 해제된다. 고추장·된장, 전통떡, 세탁비누, 도시락 등 전형적으로 영세 사업자들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업종들이 대부분 시한 만료 대상이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이처럼 소규모 사업체들이 시장의 다수를 점하면서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 분야로 대기업이 진출하면 결국 소상공인과 자영업 가계의 몰락 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특별법 제정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다만 정부와 여당 내부에는 특별법으로 보호할 업종의 범위를 두고 아직까지 의견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정부는 특별법에 기존 제도의 운영 근거까지 통합해 일원화하는 것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률로 포괄적 규제를 하면 통상 마찰 등의 우려가 큰데다 상생법은 목적과 입법 취지가 다르다는 지적에 따라 두 법률의 병존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행 적합업종제도는 ‘대·중소기업 간 합리적 역할 분담과 경제 양극화 해소’가 주요 목적인 반면에 문 대통령이 공약한 적합업종 법제화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생존권 보호가 목적이다. 특별법을 근거로 한 적합업종제도는 지정 절차와 이행을 강제한다. 중소기업청장(정부조직법 개정 이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적합업종을 지정·고시하면 대기업의 진입이나 확장이 금지된다. 어기면 시정명령, 벌칙, 이행강제금 부과 같은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매출과 종사자 수 등을 기준으로 제한된 영역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 목적으로 해 누구든지 동의할 만한 지정 요건과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비스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제조·건설·운수업은 ‘10인 미만’의 사업자로 되어 있는 ‘소상공인’이 우선 보호 대상이며, 현행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이 밀집한 사업도 지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이 10억~120억원 미만의 기업이 바로 ‘소기업’이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중소기업청이 최근 마무리한 적합업종 법제화 연구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생계형 업종의 정의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지정 요건과 기준에 대해서도 관계 부처와 좀더 심도있게 논의해 특별법에 명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존 적합업종의 시한 만료 문제는 동반성장위가 협의해 조정하기로 했다. 강재영 동반성장위 운영국장은 “현재 3년 지정 뒤 한차례만 3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운영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8월 중 전체 위원회 소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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