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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궁금증톡] 원전·화력발전소는 왜 쌍으로 건설될까?

등록 2017-07-11 16:43수정 2017-07-11 20:03

1985년 고리 3·4호기 이후 정착
비용·주민갈등·전력수요 급증 때문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의 고리원전 3·4호기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의 고리원전 3·4호기의 모습. 연합뉴스
‘신고리5·6호기‘ ‘신월성1·2호기’ ‘영흥화력3·4호기’….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는 모두 1980년대 이래 한꺼번에 2기씩 쌍(모듈)으로 건설되고 있다. 정부는 1970년대에 건설된 영동·서해·영월·삼척화력발전소 이후 1983년 삼천포화력발전소를 건설할 때부터 1호기와 2호기를 인근에 동시 건설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삼천포화력은 1호기가 1983년 8월에 준공된 뒤 2호기는 6개월 뒤인 1984년 2월에 완공됐다. 6개월 혹은 1년가량 시차를 두고 인접 지역에 2기가 동시 건설된다. 영흥화력발전소 3·4호기는 두 기인데 석탄증기를 내뿜는 거대한 굴뚝은 단 하나뿐이다. 2기가 같은 시기에 동시 건설돼 두 기가 굴뚝 하나를 같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15년 10월13일 오전 배를 타고 고리원자력발전소 신고리 3·4호기 앞에 상륙,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2개 원전이 추가되는 것을 반대하는 의미로 '인자 원전 고마 지라, 쫌!'이라고 쓰여진 펼침막을 펼쳐보였다. 울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15년 10월13일 오전 배를 타고 고리원자력발전소 신고리 3·4호기 앞에 상륙,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2개 원전이 추가되는 것을 반대하는 의미로 '인자 원전 고마 지라, 쫌!'이라고 쓰여진 펼침막을 펼쳐보였다. 울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원전도 70년대 초에 건설된 고리 1호기 이후 1985년 고리 3·4호기를 착공할 때부터 이런 모듈방식이 정착됐다. 고리 4호기는 3호기가 들어선 뒤 6개월 뒤에 잇따라 준공됐다. 신고리 5·6호기도 약 6개월가량의 공정률 시차를 두고서 5호기와 6호기가 동시에 착공·건설되고 있는 중이다.

외국에서도 모듈방식의 원전 건설을 찾아볼 수 있다. 고리원전 관계자는 “미국·중국·영국·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2기씩 쌍으로 짓는 사례가 있다”며 “우리는 아예 80년대 이래 원전을 건설할 때 2개씩 쌍으로 계획해 준공하는 것을 불문율처럼 삼고 있다”고 말했다. 모듈방식을 채택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바로 옆에 2기를 함께 지으면 건설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외부업체로부터 원자로·터빈 등 설비를 구매할 때 값을 좀더 싸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과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는 지역마다 겪는 주민들과의 유치 갈등을 줄이는 좋은 방편이 되기도 한다. 1호기와 2호기를 따로 건설할 경우 매번 지역주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쌍으로 지으면 이 과정을 한번만 겪어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력산업은 철강·조선 등 중후장대형의 에너지 다소비구조다. 경제가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자연히 전력소비도 급증했고, 전력수요 증가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번에 2기씩 건설해야 할 필요성도 있었다. 모듈 방식의 ‘속도전’이 지속되면서 국내 원전은 ‘가동중 25기+건설(준비) 9기’로 단기간에 급속히 늘었다. 석탄화력도 ‘가동중 53기+신규 계획 20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제 탈원전·탈석탄이란 정책 급변을 맞아 모듈방식은 퇴조에 들어설 운명에 처했다. 오히려 ‘중단·폐기’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닥쳐와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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