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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권력기관 출신, 삼성 계열사 곳곳에…‘친정’ 상대 로비 통로로

등록 2017-07-21 17:07수정 2017-07-21 18:34

Weconomy | 법정 위에 선 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3) 고문이 뛴다

<베테랑>에서 신진그룹엔 고문이 한명 있다. 그는 경찰청장 출신으로 조 회장의 아들 일을 무마하기 위해 발 벗고 뛰어다닌다. “그래서 말인데, 정 고문님이 경찰청장 출신이잖아. 정 고문님 찾아가서 관할 서장 라인 통해서 서도철 형사 푸시 좀 해달라고 부탁하려고.”(최 상무) 신진그룹 총수 조 회장도 고문의 씀씀이를 잘 알고 있다. “명성일보 석 회장한테 전화해서 끊었던 광고 다시 트고 기사 막았다. 정 고문은 뭐한 거야? 이럴 때 문제 잘 해결하라고 명함 파준 거 아닌가?”(조 회장)

이재용 부회장 재판 과정에서도 고문들의 평소 역할이 드러났다. 이들은 감사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고위 관료를 지낸 뒤 삼성 계열사나 법무법인 김앤장의 고문으로 취업했다. 감사원 출신의 박의명 삼성증권 고문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1979년 감사원에 들어와 감찰담당관실 과장, 재정금융국 과장을 거쳐 감찰관실 국장을 지냈다. 박 고문의 법정 증언과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 메르스 때문에 감사원이 삼성서울병원을 감사하는데 저는 국장을 맡았고, (감사원 출신의 삼성카드) 정태문 감사는 과장 및 실무자를 맡기로 했다. 전체 총괄은 이수형 팀장이 담당했고, 감사원 수감 부문은 제가 총괄을 맡기로 했다.(증언)

: 엊저녁 감사원 사회복지감사국장을 만났더니 BH(청와대)에서 전염성 질환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요구가 있어 메르스가 진정된 후 보건복지부, 삼성의료원 등에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가능한 한 감사 시기를 늦춰주고 착수 전에 미리 얘기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문자메시지)

: 방금 감사위가 끝났는데 삼성 관련은 예상 문제점 8건 중 7건은 처분 요구 없이 종결. 14번 환자 접촉자 보고지연건 1건만 복지부 장관으로 하여금 전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조치하도록 의결됐습니다.(문자메시지)

: 당초 처분 요구서에는 감염병 관리법 위반으로 고발 등 적정한 조치를 하라고 돼 있으나 제 입장을 고려해 의료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적정한 조치를 하라고 내용을 수정했다고 합니다. 전염병 관리법 위반이 되면 벌금이 부과되나 의료법 위반이 되면 행정벌이 가능합니다.(문자메시지)

이를 두고 박 고문은 “과장한 면이 있다. (감사원) 대심제도에서 삼성병원 쪽 법률대리인 김앤장 의견이 받아들여져 의료법 위반으로 변경된 것인데, 내가 신(아무개 감사원 사회복지감사국) 국장이 제 입장을 고려해 변경한 것처럼 보고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 수감을 총괄한 것에 대해선 “감사원이 오해하지 않도록 사안을 잘 설명하는 가교 역할”이라고 밝혔다. 삼성 쪽 변호인 역시 “마치 메르스와 관련해 삼성에서 청탁한 것처럼 오해하고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박의명이란 사람은 삼성증권 고문으로 일했고, 사실 고문 계약이 끝나는 지위였다. 로비보다 박의명 고문이 자기가 열심히 한다는 피아르(PR) 차원에서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특검은 “깨알 같은 로비를 했다”며 “고위직 공무원으로 있다가 삼성그룹 내 계열사 고문, 감사로 온 사람들의 역할이 자기 출신 부처의 인사 동향, 규제 강화 동향 등을 파악해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고하는 것이라는 진술도 있다”고 밝혔다.

당시 박의명 고문은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가 떠나면 비슷한 부처 출신 전직 공무원이 자리를 메우는 것이 상식이었다. 지난해 7월 삼성물산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서남교 전 공정위 과장의 사례를 보자. 그가 물려받은 자리 역시 공정위 출신인 ㄱ씨가 9년간 맡던 자리다. ㄱ씨 후임으로 서 전 과장이 왔다. 그는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삼성물산과 계약했다. 적당한 시일 내에 식사 한번 모시겠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공정위 부위원장 출신인 서동원 김앤장 고문도 삼성 쪽 대리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한때 부하 직원인 김학현 부위원장에게 여러가지 부탁을 했다. 김 부위원장은 공정위 실무 과장에게 “서동원 전 부위원장에게 나중에 연락 오면 잘 들어보라”고 전했다. 또 2015년 12월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 뒤에는 김 부위원장과 수차례 전화 통화로 내용을 파악하기도 했다.

“삼성이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을 회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유일한 곳이고, 그 힘을 오남용하는 삼성 개혁이 우리 사회의 핵심 개혁이다. 삼성은 초일류 기업인데 과거 로비를 바탕으로 삼성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을 이끌어내는 힘을 실제로 가졌고, 이것 때문에 삼성의 후진적 지배구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한성대 교수이자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특검에 출석해 남긴 말이다. “김 교수의 말은 근거 없는 의견이자 개인적인 코멘트일 뿐이다.” 삼성 쪽 변호인의 평가와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끝>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 2편_(1)‘합병’ 앞두고 연줄 총동원…국민연금 기류 알아내 ‘전략’수정 https://goo.gl/avBCKL
◎ 2편_(2)‘합병’ 캐스팅보트 쥔 일성신약 “삼성이 은밀한 제안해왔다” https://goo.gl/DxX4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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