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계열사 내부거래의 93%가 수의계약

CEO스코어, 2016년 699개 회사 거래현황 분석
신세계·현대백화점·금호 등 5개그룹 수의계약 100%
에쓰오일 0%·한진 42%·미래에셋 51%로 낮은 편
삼성전자·현대차·SK에너지 등 572곳 수의계약 100%
삼성중공업·엘지엔시스·포스코강판 등 51개사는 0%
“최근 내부거래 비중 축소” 공정위 강조 의미 퇴색

30대그룹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93%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시이오(CEO)스코어(대표 박주근)는 2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간 내부거래 내역을 신고한 30대그룹(신규지정 그룹인 한국투자금융·하림 제외) 소속 699개 계열사의 2016년도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내부거래액 145조7700억원 가운데 수의계약이 135조8500억원 93.2%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에 비해 0.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수의계약은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거래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하는 계약 방식으로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할 때 많이 이용된다.

내부거래의 수의계약 비중이 100%인 그룹은 신세계, 현대백화점, 금호아시아나, 부영, 케이티앤지 등 5곳에 달했다. 그 다음은 현대중공업(99.9%), 케이티(99.1%), 에스케이(98.5%), 농협(98.3%), 엘에스(98%), 삼성(97.8%) 등의 순서로 높았다. 반면 정유업체인 에스오일은 내부거래 중에서 수의계약 비중이 전혀 없어 대조를 보였다. 한진과 미래에셋도 수의계약 비중이 각각 41.8%, 51.2%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기업별로 보면 30대그룹 소속 699개 계열사 중에서 수의계약 비중이 100%인 기업이 572개로 무려 81.8%에 달했다. 매출액 최상위 기업들인 삼성그룹의 삼성전자와 삼성에스디에스, 현대차그룹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에스케이그룹의 에스케이에너지와 에스케이네트웍스, 엘지그룹의 엘지전자와 엘지화학 등이 모두 수의계약 100% 기업에 속했다. 반면 삼성중공업, 엘지엔시스, 씨제이헬로비전, 포스코강판, 한진, 롯데손해보험 등 51개사(7.3%)는 내부거래 중 수의계약이 전혀 없어 대조를 보였다.

내부거래 결제방식은 현금지급이 67%에 달해, 대기업들이 1차 하도급업체들에게 주로 어음을 지급하는 것과 차이를 보였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기업 간 거래비용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재벌의 경제력 집중 심화와 독립 기업의 사업참여 기회 차단과 같은 부정적 효과가 있다. 특히 총수일가 소유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는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사익편취 폐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정위는 그동안 재벌의 내부거래 비중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수의계약 위주의 내부거래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내부거래 감소 효과가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거래방식의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정수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