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탑골 공원에서 8일 오후 어버이날을 맞아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인구 고령화 현상에 따라 10년 뒤에는 국내 가계 저축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은 잘 늘지 않으나 의료비 지출 등 소비는 크게 줄이기 힘든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면서 저축률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소득이 늘지 않고 저축이 바닥에 이르게 되면 보유자산을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한국은행은 2일 조세형 금융시장국 시장정보반 과장 등이 쓴
‘인구고령화가 가계의 자산 및 부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고령화 진전은 가계 저축률 하락과 안전자산 비중 증대 등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거시경제자료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작성하는 패널 자료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오이시디 회원국의 경우 고령인구(65살 이상)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가계저축률과 위험자산 보유비중은 각각 1.076%포인트와 0.52%포인트씩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금과 예금(0.731%포인트)와 같은 안전자산 보유비중은 증가했다.
이를 국내에 적용할 경우 고령인구 비중이 2015년 12.8%에서 2030년 24.5%로 상승하는 동안 가계저축률은 같은 기간 8.9%에서 -3.6%로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저축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시점은 2026년께로 추산됐다. 저축률이 마이너스라는 뜻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처분해 소비에 쓰는 돈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가리킨다. 가계저축률은 가계가 저축한 돈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다만 연구진은 고령인구로 진입하고 있는 베이비붐세대가 은퇴한 뒤 실물자산을 급격히 처분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세형 과장은 “고령화되더라도 기대여명 증가 등에 대비해 예비적 저축을 할 유인이 있고 자녀 상속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실물자산 처분은 완만한 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75살이 넘으면 실물자산 처분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고령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실물지산의 유동화 시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주택을 처분하지 않더라도 보유자산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역모기지론(주택연금)과 같은 상품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고령 인구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를 고려해 장기채권시장을 키우고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 개발도 촉진될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제안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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