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로 육류 수출 성공적…어떤 변경도 지지 안해“
미국업계 내부 균열…제조업 “재협상” 농업계 “개정 반대”
미국업계 내부 균열…제조업 “재협상” 농업계 “개정 반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추진에 대해, 미국 쇠고기업계가 “미국 쇠고기 판매의 한국시장 점유율과 막대한 기존 투자를 위태롭게 하는 어떠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변경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서한을 최근 미국 정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축산협회·북미육류협회·미국육류수출협회 등 3개 쇠고기업계 단체장들은 지난달 27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서니 퍼듀 미국 농무부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미국 쇠고기산업이 한국에서 번창하기 위한 이상적 환경을 창출했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시장 점유율을 흔들거나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품질·일관성 등 한국소비자의 신뢰 강화를 위해 그동안 투입한 막대한 투자를 위협한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어떠한 변경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로 확보한 지속적인 한국시장 접근이 미국 쇠고기산업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촉구하고, “미국 쇠고기의 한국시장 판매량은 협정 발효 첫해인 2012년 5억8200만달러에서 2016년 10억6천만달러로 82% 증가했다. 한국시장은 지난해 미국 쇠고기 전체 수출액의 17%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시장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셰(40%)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관세양허안을 체결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쇠고기업계가 개정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는 업종별 민간 이익단체 사이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고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로도 개정협상의 범위와 속도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7~29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개최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현대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미국제조자연합회를 비롯한 철강·제조업 분야는 “무역적자가 심각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미국곡물협회 등 농업·낙농업계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유사하게 “상호 호혜적이고 성공적인 협정”이라며 협정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개정협상에 반대하고 있다. 무역협회 워싱턴지부는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국내 산업보호를 최우선시하고 있음에도 미국 내 산업 간에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신경전을 펼치는 양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혼돈스런 상황에 빠져들고 있고, 앞으로 양국간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미국축산협회 누리집. 지난달 27일 미국 쇠고기업계가 “한미FTA 변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미국 무역대표부 앞으로 보냈다는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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