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수퍼리치'에 대한 증세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법개정 당정협의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조세 정상화’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부자증세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연간 5조5천억원의 추가 세수가 확보된다. 하지만 앞으로 복지지출 확대 등을 고려한 세입확충 방안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이 나온다. 지속가능한 복지재정 확보를 위해 중장기 조세개혁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일 기획재정부가 밝힌 ‘2017년 세법개정안’에 따른 연도별 세수 효과를 보면, 2018년에 9223억원이 늘어난 뒤 2019년에 5조1662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법인소득과 종합소득에 대한 신고 및 과세가 다음해에 이뤄져 세수로 들어오는 데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이어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4556억원, 2892억원씩으로 줄어든다. 2019년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대한 기저효과 탓이다. 이런 연도별 세수 증가를 종합하면, 2022년까지 세입확충 효과는 23조452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세 부담은 ‘부자증세’라는 목표에 맞게 대기업(3조7천억원)과 고소득자(2조5700억원)가 주로 떠안게 된다. 대기업은 법인세 인상(2조5500억원), 대기업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및 설비투자 세액공제 축소(5500억원),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율 조정(5700억원) 등으로 부담이 크게 늘었다. 고소득자의 경우,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1조800억원),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율 인상(4천억원),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 축소(1400억원) 등 연 2조5700억원 부담이 늘었다. 반면 서민·중산층(중위소득의 50~150%)과 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줄어드는데, 근로·자녀장려금(EITC) 지급 확대(1400억원)와 고용증대세제 신설(3800억원) 등 세제지원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최근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집권 기간 동안 총 178조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정기획위는 비과세·감면 정비(11조4천억원), 세수 자연증가분(60조5천억원) 등을 중심으로 세입을 확충한다는 계획이었다. 명목세율 인상 등 증세를 거의 고려하지 않았던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 당시와 비교하면 세입확충 방안이 추가된 것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른 세수효과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 견줘서도 상대적으로 큰 폭이지만, ‘중부담·중복지’를 바탕으로 한 복지국가 건설로 나아가기 위한 세수확대 방안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정의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가 연간 5조5천억원의 세수확대 효과가 난다고 했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세율 인상 및 비과세 감면 6조3천억원, 탈루소득 과세 5조9천억원 등 연 12조2천억원의 증세방안에도 한참 못 미친다”고 비판했다.
특히 조세 저항과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부자증세’로 세제개편이 국한되면서, 전체적으로 세수기반을 넓히는 방향의 논의는 닫혀버린 상태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국민부담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높이지 않는 이상 복지국가 논의는 불가능하다. 지금 논의되는 수준의 부자증세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2016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9.6%(잠정치) 수준으로 오이시디 35개국 가운데 하위권이다. 오이시디 평균은 25.1%(2014년 기준)에 달한다.
새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답지 않게, 중장기 조세정책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미흡한 점으로 꼽힌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에너지 상대세율 조정, 소득세 면세자 비율 축소, 임대소득·금융소득 과세 등 민감한 조세 현안에 대한 입장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세무학)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증세에 대해 침묵하면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역풍이 불었고, 그 결과 조세정책에 대한 논의가 부자증세를 중심으로 가둬졌다”며 “문재인 정부에 중장기 조세정책에 대한 철학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