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속 중국 등 신흥국 부채 증가
미국 등 금융위기 국가 가계부채 줄어
정부부채는 선진·신흥국 모두 증가
한국도 가계·기업 위주 33.5%P 늘어
미국 등 금융위기 국가 가계부채 줄어
정부부채는 선진·신흥국 모두 증가
한국도 가계·기업 위주 33.5%P 늘어
과도한 부채가 부실화되면서 2008년 금융위기가 불거졌으나 그 이후에도 전 세계 각국의 부채는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미국이나 남유럽 국가 등 금융위기 직격탄을 받은 나라들은 위기 이후 부채비율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위기의 진앙에서 벗어나 있던 중국이나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선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등 서로 다른 흐름을 보였다. 한국은 가계와 정부부문에서 부채비율이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6일 내놓은 ‘해외경제포커스’를 보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금융위기 이전 200% 수준에서 최근 235%로 35%포인트가량 더 높아졌다. 부채비율을 끌어올린 동력은 주로 중국 등 신흥국이었다. 신흥국 부채비율은 위기 이후 10여년 만에 107%에서 2016년 말 현재 184%로 77%포인트 급등했다. 선진국은 정부부문만 부채비율이 증가했고 가계와 기업부문은 부채비율이 낮아졌다. 이런 분석은 국제결제은행이 매 분기별로 내놓은 부채 통계를 토대로 이뤄졌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금융위기 충격이 큰 나라들일수록 위기 이후 가계와 기업 등 부채비율이 낮아졌다. 보고서는 “미국과 (그리스 등)유럽의 재정취약국은 가계부채 비율이 2007년과 2010년에 각각 정점에 이른 후 최근까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의) 주택 가격이 금융위기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하거나 그 증가율이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금융위기 충격에서 한 발 물러서 있던 오스트레일리아나 캐나다, 스웨덴 등은 위기 이후에도 주택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가계부채 비율이 위기 이후 상승흐름을 이어갔다. 중국 등 신흥국들도 가계부채 비율이 상승했으나 주요 선진국의 부채비율 수준에 견주면 아직 낮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기업들 부채비율은 일본이나 유럽의 재정취약국은 금융위기 이후 감소세가 진행됐으나 미국과 유럽은 위기 직후 감소했다가 그 이후 증가세를 보이면서 2016년 말 현재 위기 이전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에선 중국이 2008년 96%에서 2016년 166%로 급증한 데 힘입어 전반적으로 기업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중국 등 신흥국은 전반적 저금리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설비투자를 늘려갔다. 중국의 (설비투자를 포함하는) 고정자산투자는 2008년 이후 연평균 20%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부부채는 위기 이후 경기 진작을 위한 재정지출이 증가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은 비교적 금융위기 중심에서 벗어난 신흥국들과 비슷한 부채비율 변화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국제결제은행 자료를 보면, 국가 총부채비율은 2008년 199.8%에서 2016년 233.3%로 10년간 33.5%포인트 뛰었다. 특히 가계와 정부부문 부채비율이 크게 뛰었는데, 가계는 해당 기간 74.2%에서 92.8%로, 정부는 23.9%에서 40.1%로 상승했다. 비금융기업은 100% 수준에서 변화가 작았다.
보고서는 “전세계 각국의 부채 수준을 점검한 결과, 2008년 금융위기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에 비해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저금리 환경 속에 늘어난 일부 선진국의 가계·정부 부채와 신흥국의 기업부채는 향후 성장을 제약할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부채 증가는 소비와 투자를 자극하면서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구실을 하지만 그 수준이 과도할 때는 외려 원리금 상환 부담 탓에 자국내 수요를 위축시키고 금융불안을 부르는 것으로 간주된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