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규제→대체제인 한국산 규제’ 패턴
트럼프 타깃은 중국인데 한국이 되레 피해
미국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6배 많은데도
반덤핑 조사는 ‘중 16건-한 12건’ 엇비슷
트럼프 타깃은 중국인데 한국이 되레 피해
미국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6배 많은데도
반덤핑 조사는 ‘중 16건-한 12건’ 엇비슷
2009년 중국산 유정용 강관(철강)의 미국시장 수입액은 27억5천만달러에 이르렀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같은 해 중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조사를 전격 개시하고 이듬해 5월 반덤핑관세를 발동했다. 규제 직후 중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은 거의 제로 수준으로까지 급감했으며, 여전히 회복을 못 하고 있다.
중국이 반덤핑 폭탄을 맞을 무렵 한국산 유정용 강관의 미국시장 수입액은 3억7천만달러에 불과했다. 이후 순식간에 급증세로 돌아서 2014년 13억4천만달러까지 늘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한국산도 미국의 반덤핑 규제대상 목록에 올랐고,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한국산 유정용 강관의 미국 수출액은 1억9천만달러로 급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8일 ‘미국의 수입규제 대응’ 보고서를 내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슈퍼 301조’를 발동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무역보복이 임박한 가운데 두 거대 경제권 사이의 무역전쟁에서 ‘새우등’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유정용 강관처럼 미국 시장을 두고 한-중이 경쟁하는 가운데 중국이 먼저 반덤핑 제재를 받고, 이어 한국산 수출이 늘고, 다시 한국산도 반덤핑 제재를 받는 경우가 많다. 무협은 “미국시장에서 한국산과 중국산이 서로 수출 경합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며 “수입규제로 중국산 수입이 크게 감소하면 우리 기업이 그 수요를 대체하면서 한국산 수출이 증가하고 결국 우리도 규제 대상으로 지목되는 수순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받고 있는 반덤핑 규제 품목(총 21건) 중 14건은 중국과 같고, 이 가운데 10건(모두 철강제품)은 중국산 규제 이후 또는 동시에 한국산을 규제한 사례다. 한-중 간 산업 구조가 유사해 다수 품목에서 양국 제품이 미국시장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간 갈등으로 우리 제품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무협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지난 6월 ‘트럼프의 은밀한 보호무역’이란 보고서에서 미국의 한국제품 수입액(699억달러·2016년) 가운데 반덤핑·상계관세 등 수입규제 조처가 실제로 발동중이거나 조사중인 품목의 수입액이 올해 8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산 제품의 미국시장 총수입액의 약 12.2%에 달한다. 지난 6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사가 전격 개시된 한국산 세탁기 수입액까지 포함하면 이 비중은 12.4%까지 늘어난다. 반면 중국은 수입규제 조처 대상품목의 수입액을 올해 523억달러로 예상하고, 중국산의 미국시장 총수입액의 10.9%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미국 수입액은 중국산(4628억달러)이 한국산(699억달러)에 비해 6배가량 많은데도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미국의 반덤핑 조사 개시 건수는 중국(16건)과 한국(12건)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이미현 무협 통상협력실장은 “미국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에 통상 제재를 높이고 있는데, 이 와중에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중국산이 수입규제를 당해 우리 기업이 단기적 이익을 보려고 해당 품목 수출을 급속히 늘리면 같은 수입규제를 맞아 오히려 손실이 더 커질 수 있으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수출 물량을 전략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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