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 시민소통위원회’(시민소통위)에서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미란다 슈로이어스 뮌헨공대 교수(환경·기후정책)가 2월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민포럼에서 핵폐기장 논의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시민소통위 제공
“시민소통위의 역할은 대중에게 질문할 기회를 열어주고, 그 질문을 정부와 의사 결정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서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 시민소통위원회’(시민소통위) 공동위원장인 미란다 슈로이어스 뮌헨공대 교수(환경·기후정책)는 독일의 대표적인 에너지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다. 2011년 독일 연방정부의 탈핵 결정을 이끈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의 17인 위원 가운데 한명이기도 했다. 6일(현지시각) 독일 함부르크에서 그를 만났다.
미란다 위원장은 시민소통위에서 활동하는 시민 위원을 “(대중이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투명한 경력의 소유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
전문가 위원은 이미 전문지식·경력 때문에 대중이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볼 여지가 있어, 우리가 어떤 주장을 해도 배경 때문이라고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시민 위원은 핵폐기장 문제를 처음 접하는 이들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전문가 위원이 소통하지 못하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나를 포함한
전문가 위원이 설명할 때에는
너무 전문적이거나 기술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가능성이 있지만, 시민 위원들은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서 소통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시민소통위도 한국처럼 ‘대중의 무관심’이 가장 큰 고민이다. 그는 “핵폐기장은
일차적으로 매우 기술적인 문제여서 소통이 힘든 사안”이라며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는, 핵발전 때문에 역사적으로 남겨진 매우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소통위의 한계를 언급하며 “모두를 만족시키는 답은 없다. 결국 민주적인 규칙 아래 공정성과 투명성, 시민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지, 이를 통해 사람들이 결론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또 “결국 최종 결정권자가 대중이 던지는 의문에 답하고, 비판에 귀 기울이며, 결정이 틀렸을 가능성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게 시민소통위의 역할이다”라고 덧붙였다.
‘핵폐기장 부지 선정 시민소통위원회’(시민소통위)에서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미란다 슈로이어스 뮌헨공대 교수(환경·기후정책)가 2월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민포럼에서 발언자의 발표를 듣고 있다. 독일 시민소통위 제공
한국도 여러 차례 방문해 ‘에너지 전환’에 대한 발언을 이어온 미란다 위원장은 한국의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 공사중단에 대한 공론화 과정에 대해 “과거처럼 공개 토론이라면서 일방 통보를 하는 자리를 만들지 말고, 이제는 진짜 토론을 벌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독일에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등에 100개가 넘는 위원회가 있다”며 “운영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참여해 의사결정 과정을 운영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라고 말했다. 또 “아시아 국가가 운영하는 자문위원회에는 주로 기술전문가가 직접 참여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독일은 기술전문가가 아닌 사회과학 전문가가 참여한다. 이들이 소통을 활발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결국 이는 민주주의를 풍부하게 하는 데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사중단 여부는 공론화 주제로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에 미란다 위원장은 “그렇다”며 “핵발전소
건설 논의에 대한 모든 의문에 대해 비용과 이익 등 모든 측면에서 시민의 참여와 토론, 공개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 산업계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우려하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독일처럼 중공업이 발달한 대규모의 경제에서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능하며,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취재 함부르크(독일)/강이현 통신원(뮌헨공대 박사과정), 정리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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