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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블라인드 채용, 청탁 노출 등 부작용 보완을”

등록 2017-08-31 16:01수정 2017-08-31 17:38

박한준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보고서
“의도 긍정적이나 인사청탁·필기의존 선발 우려…
사업성과 일률적 평가하는 정부정책과 상충도”
한 기업이 주관한 채용박람회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구직자들. 한겨레 자료사진
한 기업이 주관한 채용박람회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구직자들. 한겨레 자료사진
“지옥으로 가는 도로는 선의로 포장돼 있다.”

정책 입안자들이 되뇌곤 하는 외국 속담이다. 디테일에 충실하지 않은 정책 시행은 종종 선량한 애초 의도와 달리 상당한 부작용을 불러오곤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에 확대 실시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지의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적인 채용과 인사관리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오히려 인사·채용 청탁과 같은 부정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박한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31일 공개된 재정포럼 8월호에 실린 ‘공공기관 채용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고’ 보고서에서 최근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우려와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먼저 정부가 ‘좋은 사용자’로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고용시장의 환경이 악화되고 학력·스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졸·지역 인재들의 취업문은 좁아졌고, 노동시장 내부 경쟁을 위한 사회적 비용도 가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 공공기관이 앞장서 고졸자·지역 인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형평적 채용에 나서면서, 대학진학률 하락·취업률 증가 등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공공기관에 제시된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이런 사회형평적 채용의 일환으로 봤다. 정부는 지난달 332개 공공기관 전체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시행하도록 했다. 입사지원서에서 학력·출신지·가족관계·신체조건·사진을 없앴고, 지역 인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최종 졸업 학교의 소재지만 기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면접 과정에도 인적사항과 관련된 질문은 금지된다. 대신 발표나 토론 방식의 업무역량 평가가 강화될 예정이다. 학력·가족관계 등에 의한 스펙 경쟁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런 정책만으론 사회형평적 채용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블라인드 채용이 비수도권과 지역 인재 채용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만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무엇보다 공공기관들이 블라인드 채용을 거쳐 적합한 인력을 선발할 수 있는 채용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성급하게 블라인드 채용을 할 경우 자칫 사적 관계나 청탁에 의한 채용과 같은 부정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성 평가’인 업무역량 평가가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각 기관의 인사 담당자가 객관성·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점수가 눈에 보이는 필기시험 결과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인력관리의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보고서는 채용 단계에서만 사회형평적 채용을 강조하고 이후에는 순환보직과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유지한다면 단지 ‘시혜적 채용’에 그치게 된다고 밝혔다. 사회형평적 채용 과정에 고용주체인 공공기관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보고서는 “사회형평적 채용을 시혜적 관점에서 확대하도록 하면서 사업 성과는 일률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는 정부 정책은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다”며 “사회형평적 채용의 수준을 제시하고 미준수 기관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도 정부 주도의 통제중심적 접근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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