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원해도 미 의회 거쳐야 가능
의회는 FTA 지지 압도적으로 높아
한국, 폐기 뒤 경제타격 크지 않지만
추가적 통상보복 등 대응방안 필요
의회는 FTA 지지 압도적으로 높아
한국, 폐기 뒤 경제타격 크지 않지만
추가적 통상보복 등 대응방안 필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폐기는 형식상 언제든 가능하다. 협정문 24조 5항은 ‘협정은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게 이 협정의 종료를 서면으로 통보한 날로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되어 있다. 그 이전에 한국 쪽에서 이의 제기와 동시에 한달 뒤 협의를 요청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미국이 폐기를 원한다면 6개월 만에 자동폐기할 수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협정 폐기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미국이 우리 쪽과의 협의 이전에 내부적으로 복잡한 절차와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통상조약의 체결과 발효는 물론, 개정과 폐기 등 모든 단계에서 최종의사 결정권이 의회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로부터 일시적으로 협상권을 위임받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실무협상이 진행되도록 할 권한밖에 없다. 현재 미 의회는 한-미 에프티에이를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미 의회는 지난 7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보낸 공식서한에서도 한-미 에프티에이 폐기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한-미 에프티에이가 폐기된다면 곧바로 영향을 받는 것은 두 나라 간 상품 관세다. 폐기 즉시 모든 상품교역의 관세율이 협정 발효 이전 단계로 돌아간다. 두 나라 간 관세율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똑같이 적용하는 수준이 된다. 예를 들어 일부 차종에 관세가 적용되지만 사실상 무관세인 자동차의 경우 에프티에이가 폐기되면 우리 수출품은 2.5%씩, 미국 수출품은 평균 6% 수준의 관세율을 적용받는 식이다. 두 나라 간 서비스와 투자에 대한 개방 수준도 기존 다자간 협정을 따르면 된다. 그럼에도 수출과 무역수지가 일시적으로 나빠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국내 수출산업의 사정을 살펴보면 실제 타격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령 대미 교역과 무역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현지 투자 및 생산 확대 전략으로 관세 변동 위험에서 벗어나 있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미국 시장 자동차 수출에서 관세율은 사실상 거의 변수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협정 폐기에 따른 국가 이미지 악화라든지 원화가치 절상 압박과 같은 추가적인 통상보복 조처가 우려될 뿐”이라고 말했다. 또 휴대전화, 반도체 등은 에프티에이 발효 이전부터 사실상 무관세여서 큰 영향은 없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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