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다며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인천공항에서 최다 매장을 운영하는 롯데면세점이 임대료를 깎아주지 않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사업철수 검토라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이번 갈등을 두고 기업의 과다경쟁, 정부의 특허권 남발, 임대료 의존이 높은 인천공항 등 면세점 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사드’라는 악재와 맞물리면서 터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직접적 이유는 임대료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임대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천공항 사업권을 포기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쪽이 사업권 포기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한화갤러리아가 제주공항 면세점 철수를 선언했고, 신라·신세계 등 다른 인천공항 면세점 업체들도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2015년 인천공항 3기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롯데의 5년간 임대료는 4조원이 넘는다. 특히 롯데는 5년 가운데 3∼5년차(2017년 9월∼2020년 8월)에 전체 임대료의 약 75%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앞으로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해 4~5년차에는 해마다 1조원 이상을 내야 한다. 인천공항 롯데면세점 매출이 약 1조원인데, 고스란히 임대료로 나갈 수 있다.
공항면세점은 임대료가 높아 수익 내기가 어렵지만, 국가의 관문이라는 상징성과 홍보 효과가 있어 기업들은 적자를 감수하며 운영해왔다. 하지만 사드 여파로 면세점 주요 고객인 중국 관광객이 줄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롯데면세점은 공항 적자에 시내면세점까지 어려워져 지난 2분기 298억원의 적자를 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발생한 2003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롯데 책임도 크다. 롯데는 입찰에서 사업권을 따려고 높은 임대료 금액을 써내 2015년 대기업 몫 8개 권역 가운데 4개를 가져갔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정부나 업계 모두 면세점 사업이 20~3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고, 그걸 감안해 임대료를 책정했다”며 “사드 보복, 시내면세점 추가 등 영업 환경이 급변할 것이라고 예측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무분별한 특허권 남발도 면세점 업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를 보면, 관세청은 지난해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서울 시내 면세점 4개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은 연구 용역에서 시내면세점 영업이익 악화를 들어 ‘추가 발급 가능한 곳은 1개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냈지만, 대통령 지시로 입장을 바꿨다.
인천공항공사가 항공수익보다 면세점 임대료 등으로 더 많은 돈을 번다는 것도 논란이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매출액 2조1860억 가운데 면세점 임대료 등 상업수익이 55.7%(1조2177억)에 달했다. 국제공항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환승률로 벌어들인 환승여객공항이용료 수익은 221억원으로 1.01%에 불과했다. 면세점 임대료 수익이 워낙 높아, 이를 깎아주면 공사 재정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인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공사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은 줄었지만 면세점 영업에 영향을 끼치는 국내·외 항공 여객 인원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며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임대료 인하 등을 검토할 수 있는데,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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