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거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표적으로 내세운 대표 품목은 자동차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한국산보다 훨씬 큰 독일·일본차는 그대로 둔 채 오히려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한국차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5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누리집을 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2012년 3월 15일) 전후인 2011∼2016년 미국의 자동차분야 ‘수입액 및 무역수지 적자’는 한국·독일·일본 등 모두 엇비슷하게 커졌다. 승용차만 따지면, 한국산의 미국시장 수입액은 2011년 86억달러에서 2016년 160억달러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차는 300억달러에서 392억달러로, 독일차는 196억달러에서 219억달러(2015년 266억달러)로 증가했다. 미국 승용차시장 총수입액도 1231억달러에서 1713억달러로 늘었다. 미국 자동차시장 수입액 증가가 전세계적인 추세로, 한국산 자동차만 자유무역협정 덕택으로 유별나게 증가한 것이 아닌 셈이다.
수입이 늘어 미국의 자동차 부문 무역적자도 커졌다. 대한국 자동차 무역적자는 2011년 81억달러에서 2016년 144억달러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과 독일 역시 각각 293억달러에서 387억달러로, 139억달러에서 153억달러(2015년 204억달러)로 증가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한국과의 상품교역에서 자동차부문 적자가 240억달러로, 한국에 대한 연간 상품수지 적자(277억달러)의 90%를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의 덕을 보는 것은 오히려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관세양허 일정에 따라 지난해 1월 미국의 한국차 수입관세율이 0%(기존 2.5%)가 됐는데도,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보다 오히려 7% 줄었다. 반면에 미국은 한국의 미국차 수입관세율이 8%에서 2012년 4.0%로, 다시 지난해 1월 0%로 인하되면서 지난해 6만대를 수출해 2011년 대비 356% 증가율을 기록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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