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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경마는 ‘사장님 재테크’…상금 수익 최대 수억원

등록 2017-09-06 16:15수정 2017-09-07 16:22

김현권 민주당 의원, 마사회 자료공개
경주 마주 928명 중 562명이 기업인
상금 연 2200억원…절반가량 마주 몫
경마노동자 인권, 축산발전은 뒷전
그래픽-장은영
그래픽-장은영

지난달 27일 저녁 서울 경마공원에서 열린 11번째 하이라이트 경주에는 1등 말부터 5등 말까지에게 주어지는 순위상금만 1억1천만원이 걸렸다. ‘클린업빙고’와 ‘디플러메틱미션’ ‘광복칠십’이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던 가운데 중위권으로 쳐져있던 ‘파워비슬’이 결승점을 50미터 앞두고 속도를 높였다. 경기를 중계하던 아나운서는 “놀라운 역전극”이라고 소리쳤다. 이날 경기에 참여해 상금을 받아간 5등 말까지의 마주 가운데 3명은 기업경영인(CEO) 등 재계 종사자이고 2명은 의사 등 의료계 종사자였다.

6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마사회에서 받은 ‘마주 직업별 분포’ 자료를 보면, 올해 7월21일 기준 928명의 마주 가운데 60.6%에 달하는 562명이 기업경영인 및 기업 임직원, 개인사업자 등이었다. 농축산업 종사자와 개인 자산가(무직) 등이 220명(20.4%)으로 뒤를 이었고, 의사를 비롯한 의료계 종사자가 64명(7%) 이었다. 나머지는 교수 등 교육계 종사자(28명), 회계사 등 세무회계업 종사자(22명), 변호사 등 법조계 종사자(19명), 언론·문화예술계 종사자(13명) 등이었다. 마주가 되기 위해선 최근 2년 간 연평균 재산세를 150만원 이상 냈거나 연평균 소득이 1억원 이상이어야 하는 요건을 갖춰야하는 만큼, “대부분 고소득층”이라는 것이 마사회 쪽 설명이다.

국내 경마는 1993년 이후 ‘개인마주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전에는 마사회가 말을 소유하고 훈련시켜 경기에 내보내는 모든 과정을 맡았다. 개인마주제가 도입된 이후로는, 각 개인 마주들이 말을 구해 등록시키고, 조교사와 말 훈련 및 관리에 관한 위탁 계약을 맺어 말을 관리한다. 조교사를 통해 마필관리사들이 받는 임금의 재원은 주로 경마상금과 말 한 두당 월 160만원 안팎인 위탁관리비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마주가 경마상금 2200억원(2017년 기준) 가운데 차지하는 몫은 현재로선 대략적인 추정만 가능하다. 마사회의 설명을 들어보면 경마상금 가운데, 말 관리비와 조교사·마필관리사 인건비 등 위탁계약비(1년 약 1900만원)를 제외하고 평균 51% 정도가 서울, 부산경남, 제주 등 세곳 경마장 마주에게 가도록 가이드라인이 설정돼 있다. 다만 마사회 쪽은 <한겨레>에 “마필관리사, 조교사와의 상금배분은 현재 규정상 마주의 권한인만큼 일률적으로 지침을 따르게 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실제로 상금의 어느 정도를 마주가 차지하는지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마사회의 지침에 따라 상금의 51%를 마주가 가져간다고 보면, 8월 기준 경주마 1마리 이상을 보유한 마주(876명)는 1명당 평균 약 1억2800만원을 가져가게 된다. 여기에 마주 1인당 국산마 구매 관련 평균 비용(서울 4100만원, 부산경남·제주 4700만원) 등 마주가 부담하는 각종 부대 비용을 빼도 연간 최대 1억원 이상 수익을 올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겨레>가 취재에 들어가자, 뒤늦게 마사회는 “각종 비용을 빼고 마주 평균적으론 1인당 연간 900만원 정도 수익을 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서울 마주협회 쪽은 “일부 우수한 말을 지닌 마주의 경우 연간 수억원씩 상금을 벌지만 손해를 보는 마주도 있기 때문에 지난해 기준 전체 마주를 놓고보면 29억원 정도 손해였다”고 밝혔다.

가파르게 치솟는 경마상금 액수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경마상금은 2011년 1776억원에서 올해 2200억원까지 23.9%나 올랐다. 올해 마사회 예산 지출액(7112억원)의 30% 정도다. 경마상금은 마주협회와 한국마사회가 매년 하반기 협상을 거쳐 다음해 마사회 예산에 반영될 액수를 결정한다. 마사회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해마다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마상금 액수만 꾸준히 늘어왔다. 마사회 매출액은 2011년 7조8천억원에서 지난해 7조7천억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3350억원에서 2300억원으로 줄었다. 경마 관계자들 내부에서 “마사회가 마주들의 입김에 휘둘려 이익 감소를 감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마상금 급증으로 인한 이익 감소는 마사회가 당기 순이익의 70%를 내는 축산발전기금 납입액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2012년 이후 경마상금은 축산발전기금 납입액을 앞지르기 시작해 올해 예산 기준 마사회의 축산발전기금 납입액은 1596억원으로 경마상금보다 600억원 이상 적다. 김 의원은 “개인마주제가 결국 부유층인 일부 마주들의 수익을 보장해주며 축산발전기금, 경마 관계자의 고용안정 등 공공에 대한 기여는 낮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당장 개인마주제를 폐지하기 어렵다면, 마주를 축협이나 농협 등 조합 위주로 전환하고 경마상금이 국내 말 산업 발전과 경마 노동자 인건비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구조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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