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여야, SK케미칼·애경 제재 안 한 것에 의문 제기
김상조 위원장에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
“공정위 ‘신뢰제고 방안’ 취지 살려야”
여야, SK케미칼·애경 제재 안 한 것에 의문 제기
김상조 위원장에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
“공정위 ‘신뢰제고 방안’ 취지 살려야”
“자연인으로서는 정말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2016년 가습기살균제 부당표시 사건 처리와 관련해 의원들이 질책이 쏟아지자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야당인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물론 여당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가세하자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여야는 공정위가 독성물질인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이 함유된 가습기살균제를 생산·판매한 에스케이(SK)케미칼과 애경에 사실상 무혐의 처분에 해당하는 심의절차종결 결정을 한 것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환경부가 2015년 4월부터 인체에 유해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공정위가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5년의 공소시효(2016년 8월 말)가 그냥 지나가 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공정위는 신속한 재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정확한 진상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공정위의 사건처리를 놓고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인체 위해성에 대한 환경부의 입장을 정식공문으로 묻지 않고 전화통화만 하는 등 절차상 미비점을 드러냈다. 또 2012년 처음 가습기살균제 부당광고 사건에 대한 조사가 있은 뒤 4년 만에 유사 사건이 접수됐는데, 신고인이 다르다며 신규 사건으로 처리했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재신고 사건으로 처리했다면 보다 신중한 접근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에스케이케미칼과 애경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 등의 변호사 7명 가운데 3명이 공정위 출신이어서 유착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사건 주심이었던 김성하 공정위 상임위원은 “CMIT·MIT 원액은 인체에 해롭지만 가습기살균제는 0.015% 희석해서 만든 것으로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여서 성분표시를 제대로 안 했다고 제재하기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환경부가 인체 위해성과 관련해 입장이 오락가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침 공정위는 지난주 ‘대국민 신뢰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그 핵심이 사건처리 관련 투명성 제고다. 김상조 위원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공정위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이라는 책무를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의 높은 신뢰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사건처리 과정에서 절차적 투명성 훼손 등 국민의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따가운 비판이 있는데,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의 각오를 다지겠다”고 다짐했다.
국민 의혹은 커져가는데 뒤에서 논란만 거듭하는 것은 공정위는 물론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박선숙 의원은 “공정위 신뢰 제고는 말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문제점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게 신뢰 회복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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