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의 고리를 끊기 위해 청년층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양질의 월세시장이 형성돼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또 빈곤층 비중이 높은 고령층에 대해서는 주거지원 체계 개선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송인호 연구위원은 20일 발표한 ‘월세 비중의 확대에 대응한 주택임대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청년층과 고령층의 임차인이 주거서비스의 질이 낮은 다가구단독주택 등에 거주하는 비중이 높다며 이들에 대한 맞춤형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송 연구위원은 먼저 월세를 중심으로 한 주택 임대시장의 재편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짚었다. 낮은 시중금리에 따라 임대인은 전세를 유지하기보다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차인은 치솟는 전세금을 감당할 목돈 마련에 부담을 느끼는데다, 전세 공급 자체가 줄어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실제 보고서를 보면, 전세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1억7천만원에 달하지만, 보증부월세 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3900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부월세에 거주하는 임차인이 전세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1억3천여만원에 달하는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실제 월세 거주자의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2010년 전체 임차가구 가운데 전세가 50.3%로 절반 이상이었고 보증부월세는 41.8%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엔 보증부월세가 절반 이상(51.8%)으로 늘었고 전세 가구는 39.5%로 줄었다.
문제는 월세 거주자의 주거비 부담이 전세보다 높고, 질적인 주거 환경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점이다. 상대적 주거비 부담을 파악하기 위해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률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전세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률이 22.0%로 월세 임차인 32.1%에 비해 10%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원을 벌면, 전세 임차인은 22만원을, 월세 임차인은 32만1천원을 주거비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월세 거주자의 월평균 소득이 전세 거주자들보다 100만원 가량 낮다는 점에서, 월세 거주자일수록 주거비가 가계에 미치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세대별로는 30살 미만 청년층과 60살 이상 고령층일수록 월세 주택에 살고 있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이 월세에 거주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9%, 고령층은 63%에 달했다. 특히 월세 거주 고령층의 59%는 월소득 100원 미만 저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은 소득여건은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전세 등으로 갈아타기 위한 자산을 모으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고령층은 상대적 빈곤율이 주거여건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이에 송 연구위원은 청년층과 고령층에 차별화된 맞춤형 임대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먼저 저소득층 비중이 높은 고령층은 주거지원 방안을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월세를 살고 있는 고령층 가운데 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는 27만4천가구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9만6천가구, 기초생활수급자로 주거급여를 받고 있는 10만5천가구를 제외하면 적어도 7만3천가구 이상은 공적 주거지원의 사각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송 연구위원은 “열악한 소득 및 주거환경에 있는 고령층 가구 가운데 상당수가 방치돼 있음에도 일반 가구에 대한 각종 주거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수도권 일반가구에 대해서도 지원되고 있는 전세대출제도 등을 손봐 저소득·고령층 중심으로 재원이 배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경우는 양질의 보증부월세 시장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제시됐다. 청년층은 장차 기대수입의 확대가 예상되지만, 목돈마련 부담 등으로 월세에 머무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민간 임대업자들이 다양한 조건을 가진 보증부월세를 공급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전세 임대소득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송 연구위원은 “청년층은 안정적인 주거여건을 마련할 때까지 결혼이나 출산을 늦추는 경향이 있다”며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보증금에 선택의 폭이 넓은 보증부월세시장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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