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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책적 개입 없으면 인공지능시대 불평등 심화 되돌릴 수 없다”

등록 2017-09-20 18:36수정 2017-09-21 10:26

<고용의 미래> 보고서 칼 프레이 옥스포드대 교수 인터뷰
케인스는 여가활용이 인류 최우선 고민 될 것 예견…실제론 실업 늘고 양극화 심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사례 들며 “기술진보 충격이 정치적 격변 초래할 것” 강조
“향후 10년간 격동기 겪을 것…기술변화 방향·속도 선택하기 위한 정책개입 나서야”
칼 베네딕트 프레이 옥스포드대 교수
칼 베네딕트 프레이 옥스포드대 교수
“앞으로 각국이 정치적·경제적인 정책 개입을 하지 않으면 인공지능로봇과 자동화 등 급속한 기술 진전이 만들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 양극화 심화를 되돌리기 어렵다.”

20일 칼 베네딕트 프레이 영국 옥스포드대 마틴스쿨 교수는 경기도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한겨레>와 만나 4차산업혁명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자동화로 대표되는 거대한 기술변화 물결이 고용과 소득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며 “정책적 개입을 통해 양극화 흐름을 제어하고 바꿔가야 한다.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프레이 교수는 이날 경기도와 서울대가 연 ‘빅포럼 2017’의 기조연설자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13년 “자동화·로봇 기술의 진전으로 향후 20년 안에 미국의 일자리 중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해 세계를 놀라게 한 <고용의 미래> 보고서를 펴내는 등 기술충격에 따른 일자리 전망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프레이 교수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1930년 <우리 손자세대의 새로운 가능성>에서 예측했던 것처럼 자동화 기술의 진전으로 노동의 고통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당 15시간 노동’하는 장래 노동세계를 예상했던 케인스의 꿈과 달리 오늘날 기술진보 시대에 전세계 하루 노동시간은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는 기술 진보가 높은 생산성을 지닌 고임금 노동자와 저숙련·저임금 노동자간 소득 불평등의 골을 갈수록 키우면서 ‘더 많은 노동시간’을 통해 저임금을 벌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케인스는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늘어난 여가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100년 뒤 인류의 최우선적 고민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불행하게도 제4차 산업혁명 파고가 거세지고 인공지능로봇이 대두하고 있는 현재 각국에서 실업은 늘고 일자리·소득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20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빅포럼 2017’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칼 프레이 교수. 경기도 제공
20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빅포럼 2017’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칼 프레이 교수. 경기도 제공

자동화 기술충격의 승자와 패자는 누구일까? 그는 “노동시장 전체로 보면 1940년대 이래 각국의 시간당 실질생산성은 계속 증가하는 반면, 시간당 실질임금 증가율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채 두 지표 사이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노동시장 내부에서 기술진보에 따라 상대적 고임금을 얻는 고기능·고숙련 노동자와 단순반복작업을 하는 저임금 노동자가 승자와 패자로 확연히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변화가 몰고오는 미래의 일자리에 대해 “기술진보는 기존 일자리를 ‘파괴’하는 방향뿐 아니라 새로 ‘창출’해내기도 한다. 이런 동태적이고 역동적인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컴퓨터 자동화로 기계·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게 될 위험에 처히고 있는 저숙련 노동이 있는 반면, 과거 2000년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현재 평균연봉 8만1천달러에 이르는 인터넷출판·방송 직업 같은 일자리는 새로 창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또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충격은 성별에 따라 엇갈린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우 자동화 기술진보로 근육을 쓰는 가사노동 부담이 줄어들고, 가사일을 로봇이 대체하면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는 늘어나고 있다.”

특히 그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기술진보 충격이 각국에서 정치적 격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당선을 사례로 들었다. 자신의 일자리가 컴퓨터·기계로봇으로 대체되면서 실업 위험에 처한 저숙련 일자리 종사자일수록 트럼프 지지도(약 70%)가 높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로봇 등 기술 변화는 노동시장 일자리를 매개로 정치에도 격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장래에 각국에 ‘일자리 없는 미래’가 닥쳐올 것인가? 그는 지금부터 약 10년간 세계 각국이 ‘격동기’를 통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기술진보 추세를 보면 앞으로 10여년간 과도기같은 ‘병목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 10년 동안 노동시장 일자리는 변동성을 보이면서도 어느 정도 지금 상황이 유지될 것이다. 관건은, 기술이 더 빨리 진화해 인공지능로봇이 과연 언제 인간을 확실히 앞서게 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이 기간 동안 소득·고용 불평등 측면에서 기술변화의 방향·속도를 우리 스스로 선택하기 위해 정치·경제적인 정책 개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판교/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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