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정부가 일반 담배의 80% 수준에 해당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 과세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추석 연휴와 이어진 국정감사 일정 등을 감안하면 11월이 되어야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시판되던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을 사용하거나 연초 고형물을 사용하는 두 가지 종류였다. 이들 담배는 니코틴 용량 또는 고형물의 무게에 따라 과세됐다. 그러나 필립모리스가 5월 출시한 아이코스는 궐련(종이로 말아놓은 담배)을 전자기기에 끼워 태우는 새로운 방식이다. 기존 담배와 같은 세율로 과세할 것인지, 전자담배에 적용하던 기준을 따를 것인지 입법의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이런 혼란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유럽의 다수 국가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파이프담배 또는 기타 담배로 분류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아직 미미한 상황(대부분 0.5% 수준)이 감안된 것이다. 아이코스를 파이프담배로 과세하는 독일과 영국에선 일반 궐련에 견줘 42.6%, 42.0% 수준의 세금을 물렸다. 아이코스가 전체 담배시장의 5% 남짓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경우는 일반 담배의 81.6%에 달하는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포르투갈과 그리스, 크로아티아 등은 70~80% 세율을 적용한다. 낮은 세율로 방치할 경우 점유율 왜곡과 이에 따른 세수결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기재부가 낸 중재안은 일본의 사례를 참조한 것이다. 기재부는 현재의 세율 체계를 유지한 채 궐련형 전자담배의 점유율이 6%를 넘어설 경우, 연간 세수 감소분이 344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8월 말 기준 아이코스 점유율은 서울에서 5%를 넘어섰다.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 개정안이 처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기재위는 지난 21일 궐련형 전자담배의 해외 세율을 둘러싼 ‘진실 게임’을 벌이다 파행된 바 있다.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상이 세계적 추세에 어긋난다며 기재위원들에게 배포된 자료가 허위로 밝혀지면서 책임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등 기재위원들은 조경태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고, 조 위원장은 해명 끝에 회의 종료를 선포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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