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시장 1위 업체인 벤츠가 수리비를 담합 인상해 고객들에게 피해를 준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이 벤츠가 담합을 통해 얻은 부당이익의 3분의 1 수준에 그쳐, 김상조 위원장의 ‘솜방망이 제재’ 개선 방침에 정면으로 배치됐다.
공정위는 26일 벤츠코리아와 8개 국내 판매·수리업체들이 수리비 인상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벤츠코리아에 13억2천만원, 판매·수리업체에 4억7천만원 등 총 17억9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8개 벤츠 판매·수리업체들은 한성자동차, 더클래스효성, 중앙모터스, 스타자동차, 경남자동차판매, 신성자동차, 진모터스, 모터원이다. 이 가운데 더클래스효성은 효성그룹 계열사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중국과 내수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들은 올해 1~8월 한국시장 점유율이 15%를 돌파할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벤츠는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 1위다.
조사결과 8개 벤츠 판매·수리업체들은 2009년 6월 한성자동차와 벤츠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나 수리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간당 공임을 15% 정도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실행했다. 담합은 공정위 직권조사가 시작된 2010년 말까지 1년6개월 정도 지속됐다. 벤츠코리아는 판매·수입업체에 수리비 담합을 위한 모임을 제안하는가 하면 수리비 인상 방법·금액·시점 등 담합의 구체적인 내용을 지시하는 등 사실상 담합을 주도했다.
과징금은 담합 관련 매출액(공임 수입)에 부과율(법상 최대한도 10%)을 곱해 산출되는데, 이번 사건에는 5%의 부과율이 적용됐다. 공정위는 “공임 수입이 없는 벤츠코리아에는 정액과징금 13억2천만원을 부과하고, 담합기간 중 공임 수입이 94억원인 8개 판매·수리업체들에는 4억7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8개 판매·수리업체에 부과한 과징금은 담합을 통해 얻은 부당이익(14억1천만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쳐,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 이후 일관되게 강조한 ‘솜방망이 제재 개선’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이번 사건은 김상조 위원장이 직접 참석하지 않고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들이 결정하는 소위원회(주심 김성하 상임위원)에서 다뤄졌다.
김상조 위원장은 그동안 “기업들의 법위반행위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현행 과징금 제도의 억지효과가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해왔다. 지난달 말 출범한 ‘공정위 법집행체계 개편’ 태스크포스에서도 “반복적 법위반의 근본원인은 법위반에 따른 기대이익(부당이익)이 적발시 부과되는 기대비용(과징금)보다 큰 솜방망이 제재 때문”이라며 과징금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난 21일에는 상습적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기업에 대해 과징금을 무겁게 하는 내용의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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