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공동위원회 1차 특별회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미국의 한국산 제품 수입규제 판정,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 대응 등 주요 통상 이슈를 둘러싼 ‘해외 일정’이 추석 연휴에 잇따라 예정돼 있다. 보호무역주의 파고 앞에 선,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통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수정 요구를 논의하기 위한 한-미 에프티에이 공동위원회 제2차 특별회기가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 통상교섭본부와 관계부처로 구성된 우리 협상단은 3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출국 전까지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검토하는 등 협상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정 폐기’ 발언이 엄포가 아닌 실질적 위협으로 확인되면서 협상단의 부담이 더 커진 상태다. 이번 2차 협상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에 미친 영향을 공동 조사·분석·평가하자”는 우리의 제안과 “협정 개정·수정에 즉각 착수하자”는 미국의 요구를 양국이 앞으로 병행해 진행할 수 있는지, 또 개정이 필요하다면 그 목적과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을 두고 양국 협상대표단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3일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진행하는 태양광 전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사의 2차 공청회가 열린다. 미 국제무역위는 지난달 22일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 태양광 전지의 급격한 증가로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판정했다. 국제무역위는 공청회를 거친 뒤 다음 단계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관세 부과·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 등 구제조치를 권고하게 된다. 산업부는 외교부와 함께 공청회에 참석해 한국산 태양광 전지가 수입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정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추석 다음 날인 10월 5일에는 국제무역위가 한국산을 포함해 대형 가정용 세탁기 수입으로 미국 관련 산업이 피해를 봤는지 여부를 판정한다. 미국으로 세탁기를 수출하는 기업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 두 곳으로, 지난해 삼성·엘지전자의 세탁기 대미 수출액은 약 13억3000만달러로 추정된다. 피해 판정이 내려지면 삼성·엘지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최근 미국 현지공장 설립 계획을 밝히는 등 미국 정부의 우려를 해소하려고 노력해 왔고, 산업도 세탁기 세이프가드를 막기 위해 우리 정부 입장을 국제무역위에 개진한 바 있다.
10월 6일에는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서비스무역이사회가 열린다. 당초 산업부는 이번 이사회에서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 철회를 촉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중국과의 협력 유지 등을 이유로 세계무역기구에 사드 보복을 공식 제소하는 방안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데 따라, 이번 이사회에서 우리 통상당국이 어느 정도 수위로 사드 보복 문제를 제기할 것인지 주목된다. 산업부는 지난 3월과 6월에 열린 서비스무역이사회에서 한국 기업을 겨냥한 중국 당국의 유통·관광 분야 경제 보복조처에 대해 항의한 바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