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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개정’착수 한미FTA, 큰폭의 ‘전면적 구조변경’으로 치닫나?

등록 2017-10-06 15:01수정 2017-10-06 16:49

본격 개정협상은 공청회·국회보고 거쳐 내년초로 예상
트럼프 ‘폐기’ 위협 앞에 개정 ‘미국 관철, 한국 수용’
양국 각 1만개 품목·700쪽 협정문 6년만에 개정국면
송기호 “미, 일부 개정넘어 폐기수준 구조변경꾀할 것”
협정존속 ‘유지비용’놓고 한국 내부 ‘또다른 협상’ 불가피
지난 10월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비롯한 양국 협상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열리고 있다. 산업부 제공
지난 10월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비롯한 양국 협상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열리고 있다. 산업부 제공
한·미 양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착수에 사실상 합의한 가운데, 큰 폭의 전면적 개정협상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폐기’를 막고 협정을 존속하기 위해 미국에 양보해야 할 ‘유지비용’의 감당 주체를 놓고 우리 내부적으로 산업·업종 사이에 ‘또다른 협상’이 벌어지게 됐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개정협상 본격 개시 이전에도 미국은 기존 협정문 이행을 둘러싸고 자동차 수입의 비관세장벽 등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한 압박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4일(현지시각) 워싱턴에 있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 제2차 특별회기가 끝난 직후 워싱턴 특파원들과 가진 브리핑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상호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협정의 개정 필요성에 양국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우리 통상당국은 통상절차법(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앞으로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평가, 공청회 개최, 국회 보고 등 개정협상 개시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착실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개정협상의 필요성과 목적, 개정의 범위·방향 등을 담은 우리 내부의 개정 전략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절차 이행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개정협상은 내년 초쯤에 착수될 것으로 점쳐진다.

사실 개정협상 돌입은 이미 감지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 폐기’ 편지문안까지 작성했다는 소식을 듣고 김 본부장이 급히 미국을 방문해 여러 차례 요청 끝에 지난달 20일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만났고, 급기야 “제2차 특별회기를 워싱턴에서 열자”고 우리가 먼저 제안하는 상황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8월에 열린 1차 특별회기에서 우리가 제안했던 ‘무역적자의 원인과 협정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양국간 공동 조사·분석·평가 선행’은 미국의 거부로 사실상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통상교섭본부는 지난 5일에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제2차 특별회기에서 우리 대표단은 ’한-미 협정은 상호호혜적이며 지난 5년간의 협정효과를 분석해보니 관세철폐 효과의 수혜를 미국산 제품이 더 많이 보았다’는 내용을 미국 쪽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우리 쪽이 독자적으로 작성한 효과분석보고서를 미국 대표단에 제시하는 것으로 끝내고, 애초의 ‘공동 조사·분석 선행’ 요구는 사실상 철회한 셈이다.

김현종 본부장은 4일 미국이 협정문과 관련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구체적으로 요구한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내용은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다. 나중에 적절한 시기에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를 수석으로 한 미국 협상대표단은 지난 2차 특별회기에서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한-미 자유무역협정 조항 가운데 공산품·서비스·지식재산권·투자·농산물 등 개정이 필요한 대목을 구체적으로 열거해 제시했으며, 우리 협상대표단도 이에 상응하는 관심 이슈들을 함께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협정 개정의 필요성과 목적뿐 아니라 향후 개정협상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게 될 양국간 세부적인 무역분야 의제도 이미 어느 정도 윤곽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조항에 대한 ‘수정’을 넘어 본격 ‘개정’협상에 돌입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여러 무역 품목에 걸친 큰 폭의 협정 개편이 불가피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위협이 언제든지 돌출할 수 있는 실제적이고 임박한 위험인 만큼 사실상 기존 협정 폐기 수준에 이를 정도의 전면적 개정으로까지 나아갈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제기한다. 양국 각각 1만여개 품목에 이르는 상품(농산물·섬유 포함)의 관세철폐 양허안을 담은, 700여쪽의 협정문이 2012년 3월 발효 이후 약 6년만에 큰 폭의 개정 국면에 들어서게 됨 셈이다.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상위원장)는 6일 “애초에 자유무역협정과 맞지 않는, ‘무역적자 해소’라는 불합리한 이유로 시작한 미국의 재협상 요구가 결국 관철됐다”며 “단순히 협정문 일부의 개정협상을 넘어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전면 개편해 실질적인 폐기 수준의 구조변경을 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형식상으론 폐기가 아니지만, 수출 지원을 위한 환율조작 금지조항 도입 등 이른바 ‘트럼프식 자유무역협정’으로 개편을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송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미국은 의약품·지식재산권·농업·서비스시장 등 전반적 분야를 개정하자고 압박하면서, 동시에 자동차·철강 등에서 한국의 행동 변경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격상 양국 사이의 자유무역협정 틀로는 풀기 어려운 사안인데도 자동차·철강의 무역수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모종의 조항을 개정 협정문에 새로 넣자고 무리한 요구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송 변호사는 또 “현재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와 진행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똑같이 미국은 수출지원을 위한 환율개입·조작과 수입관세환급을 금지하는 조항을 도입하자고 요구할 것”이라며 “한국에도 이런 방식의 이른바 ‘새로운 버전의 트럼프식 자유무역협정 모델’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블러핑’(엄포)을 넘어 실제적인 ‘폐기’ 위협을 지속하는 가운데 개정협상에 돌입하게 됨에 따라 우리 내부에서 앞으로 ‘협정 유지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협정 폐기라는 최악의 국면에 빠져드는 상황을 피하고 협정을 존속시키기 위해 미국에 양보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게 됐으며, 이에 따른 ‘유지비용’을 특정 산업·업종별로 나눠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 변호사는 “앞으로 이 유지비용을 어느 산업·업종부문이, 또 누가 어디까지 감당하고 지불할지를 놓고 우리 내부적인 ‘또 다른 협상’이 벌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8월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미FTA 공동위 제1차 특별회기가 열리고 있다. 산업부 제공
지난 8월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미FTA 공동위 제1차 특별회기가 열리고 있다. 산업부 제공
이와 함께, 개정협상을 끝내 관철시킨 미국 쪽은 내년 초에 개시될 본격 개정협상 이전에도 한국에 대해 △기존 협정문의 충실한 이행 △자동차·가구 품목 등에서의 각종 규제 등 비관세 수입장벽 문제 △통관과정에서 까다로운 미국산 제품 원산지 검증 등을 지속적으로 문제삼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제2차 특별회기 직후인 지난 4일 미 무역대표부 웹사이트에 올린 자료에서 “공정하고 상호호혜적인 양국 무역을 위한 협정문 수정(개정) 절차가 조만간 이루질 것”이라면서 “한국의 협정문 불이행 문제는 양국 사이에 당장 집중해서 해결해야 할 이슈이며, 이를 가장 신속한 방식으로 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입산 미국 자동차에 대한 배출가스 규제 등 각종 비관세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압박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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