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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트럼프 ‘FTA 비틀기’에 맞설 ‘문재인표 통상전략’ 짤 때다

등록 2017-10-09 18:52수정 2017-10-09 22:06

미, 개방경제 의존 한국 1차 타깃
덤핑 아닌데도 자국 피해 빌미
세탁기 등에 세이프가드 압박

중 사드 보복 뒤엔 무역적자 불만
베트남도 “한국, 농산물 개방하라”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맞춰
중소기업·농어민 중시 전환해야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적자를 이유로 ‘트럼프식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편을 강요하는 가운데, 우리도 ‘문재인식 자유무역협정’ 전략과 틀을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끝내 개정 국면에 빠져든 상황을 계기로 ‘거센 보호무역주의 물결’이라는 달라진 통상 환경에 맞춰 자유무역협정 전략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52개국(15개 협정)과의 교역(수출입) 규모는 올 상반기 3504억달러로, 상반기 총교역(5135억달러)의 68.2%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 파동이 보여주듯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마다 저성장에 처하면서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등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불만 분출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가 변화한 통상 환경에 가장 먼저 타깃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유무역협정은 보호무역과 수입규제의 ‘방패’ 역할도 거의 못 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들어 한국산 세탁기·철강·태양광패널 등에 대해 16년 만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카드를 꺼내들며 전방위적인 통상압박을 펴고 있다. 시장가격보다 싼값에 파는 ‘덤핑’이 아닌데도 자국 산업의 피해를 이유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역시 2015년 12월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 틀을 통한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중국산업연구부장)은 “중국 통상관료들은 한국을 자국의 거의 유일한 무역적자국으로 여기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며 “사드 보복 이면에는 산업정책 차원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과의 자유무역협정(2015년 12월 발효)도 무역적자 공세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베트남 통상관료들이 작년 200억달러로 증가한 대한국 무역적자에 항의하면서 농산물시장 개방 요구를 제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통상당국은 임박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전략으로 양국 간 상호 이익을 더 확대하는 이른바 ‘확대 이익 재균형‘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개정 목표로 내세운 만큼 상호 이익의 확대 및 재균형을 도모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뿐만 아니라 모든 자유무역협정의 전략 목표를 대폭 교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000년대 들어 여태까지 지속돼온 개방·투자·수출주도 자유무역협정 체제의 경로의존성을 깨는 전면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학)는 “기존 자유무역협정이 수출을 늘리고, 외국 업체에 시장을 열어줘 국내 서비스 분야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인 투자를 더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이것이 사회경제적 약자에게도 혜택이었는지 냉철하게 재평가하고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성장’에 발맞춰 자유무역협정도 수출 대기업 위주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자영업자·농어민 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한 상황인데, 이는 국내 부문뿐만 아니라 대내외를 통합한 정책·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도 이런 시각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점일획도 바꿀 수 없다는 현상유지 목표에서 벗어나 소득주도성장 패러다임에 맞는 자유무역협정 추구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향후 개정협상에서 반드시 지켜내야할 마지노선도 ‘양극화·불평등 해소’라는 새 정부 정책과제에 맞춰 설정될 수 있다. 송기호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상위원장)는 “‘경제영토 대국’이라는 근거없는 논리로 추진해온 자유무역협정 정책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경제민주화를 뒷바침할 통상모델을 만들어야 우리 내부적으로 트럼프식 불합리한 자유무역협정에 맞설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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