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제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없었다면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이 더욱 심화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심화됐다며 협정 개정을 강하게 압박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경련은 1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의회관에서 열린 제29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한-미 경제계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원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아닌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고, 협정이 없었다면 양국 간 무역불균형이 더욱 심화됐을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또 양국 경제계는 협정 개정은 상호 윈윈하는 호혜적 협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유무역협정이 양국의 무역·투자 확대와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의 기반이 됐다며, 협정을 파기할 경우 두 나라 기업의 수출 경쟁력 저하와 수십만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국 쪽은 미국의 잇다른 반덤핑 및 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 조처에 우려를 나타내고 보호무역주의 확산 저지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요청했다.
또 북한의 잇단 도발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60년 넘게 이어온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어 한미동맹이 동북아 및 세계평화에 큰 공헌을 해온 것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또 한미동맹이 1954년 발효한 상호방위조약, 2012년 발효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라는 두 축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는데 공감했다.
한국쪽 위원장인 조양호(사진) 한진그룹 회장은 인사말에서 “북한의 잇단 핵도발로 한반도 안보상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새로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단순한 경제협정이 아니라 63년 역사의 한미 안보동맹을 굳건히 다지는 모멘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2012년 발효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한국 기업은 확대된 투자기회를 활용해 미국 안에 1만1천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했다”면서 “1968년 이후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 금액이 올해 1000억달러를 돌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재계회의는 한국 경제계를 대표한 전경련과 미국 경제계를 대표한 상의가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민간협의체다. 한국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류진 풍산 회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등의 기업인과 안호영 주미대사,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미국쪽에서는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상의 수석부회장,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대사 등이 참석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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