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 차량이 선박에 선적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반도체 중심의 수출 개선이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내수 경기는 완만하게 둔화되고 있다는 경기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10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과 제조업 중심 개선 추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수 회복세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 호조에 따라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 생산이 증가하면서 생산 측면의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소비심리도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광공업 생산과 제조업 출하는 모두 양호한 지표를 보였다. 8월 전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6% 증가율을 기록했다. 7월의 증가율 2.0%보다 증가폭이 0.6%포인트 늘었다. 전자부품의 증가폭이 17.8%로 가장 높았고, 부진했던 자동차도 14.8%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덕이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금융·보험업(4.9%), 보건·사회복지(6.6%) 등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여 2.1% 증가율을 보였다. 제조업 출하는 수출 출하가 증가로 전환되면서 전달보다 증가폭이 0.2%포인트 늘어난 2.9%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 출하는 특히 전자부품(27.2%)이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 호황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소매판매 증가세는 축소됐다. 8월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같은달보다 0.8% 늘었다. 전달(3.5%)의 높은 증가율이 꺾였다. 소매판매는 전달보다는 -1.0% 감소세를 기록해 개선 추세가 완연히 둔화되는 모습이다. 소비자 심리지수도 107.7로 전달보다 2.2포인트 빠졌다. 기준치인 ‘100’은 넘어서 아직은 낙관적 전망이 우세한 편이지만, 현재 경기판단(93→87), 향후 경기전망(104→96)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투자 부문에서도 반도체가 경기를 지탱했다. 8월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같은달보다 13.2% 늘었다. 두자리수 증가율이지만, 지난 6월 18.6%, 7월 25.1%에 비하면 증가폭이 줄었다. 다만 9월 설비투자 속보치 가운데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이 211.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전체 기계류 수입액도 33.9%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설비투자의 개선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호황이 생산 측면과 아울러, 수요 측면의 부진도 일부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 투자는 향후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다 지어진 건설물을 뜻하는 건설 기성은 8월 8.1% 증가율을 기록해 전달(13.2%)보다 줄었다. 건설 투자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건축 부문이 0.9% 증가율에 그친 가운데, 토목 부문이 -14.9%로 크게 감소했다. 토목 부문은 지난달에도 -31.3%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건축허가면적(-10.0%), 건축착공면적(-1.1%) 등 모두 부진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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