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셋째)이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강서권주거복지센터에서 열린 ‘집 이야기’ 토크콘서트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주거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2013년 서울 양천주거복지센터에 집수리 의뢰가 들어왔다. 20대 형과 고등학생 남동생이 사는 가구였는데, 막상 현장에 나가 보니 바닥에 물이 차오르는 등 집수리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다. 양천주거복지센터는 고심 끝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것을 권했지만 재개발 지역이라 보상 문제가 얽혀 있다 보니 여의치 않았다. 더욱이 형은 지적장애로 복잡한 상황을 판단하고 풀어갈 처지가 안 되었다.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도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있었다. 결국 주거복지센터는 자체 지원금에 교회 지원금을 합해서 이사를 도왔다. 형에게는 멘토를 붙여주었다. 주거복지센터를 통해 종합적 사례관리가 이뤄진 사례다. 만약 구청이나 주민센터에 비슷한 의뢰가 들어왔다면 단순히 집수리로 처리되었을 사안이다.
서민층의 주거 위기가 높아지면서 주거복지의 마중물로서 주거복지센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가 곧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주거복지센터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거복지센터는 부동산·주택 정책과 복지를 통합해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주거취약계층은 물론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직면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주거 문제를 맞춤형 사례 관리를 통해 풀어왔다.
상담은 주거복지센터의 가장 핵심적인 활동이다. 상담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사례를 관리한다. 주거지원이 필요한 가구는 상담을 통해 각자의 조건에 맞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임대료가 체납되어 퇴거 위기 등에 몰린 가구는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고, 겨울철 난방비가 없어 추위에 떨어야 하는 가구는 연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임대주택에 대한 정보는 물론 은행 융자 신청과 소액 보증금 지원 등 관련 지원책도 활용할 수 있다. 집은 있지만 수리할 돈이 없어 낡은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엔 주거 수리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주거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어 종합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주거비 연체로 인한 주거지 상실은 실직, 정신건강 악화, 신용불량 등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주거복지센터는 주거 관련 서비스는 물론 가족이 처한 다양한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지역사회의 자원들을 연결해주는 구실을 한다. 주거복지센터가 기초자치단체를 주요 근거지로 활동해야 하는 이유다.
기초자치단체는 다양한 종류의 지역사회 자원이 연결되는 단위다. 그래서 주거복지 전문가와 활동가들은 “공공의 서비스와 민간 자원이 협력해 취약 가구에 효과적인 주거복지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려면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주거복지센터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거복지센터는 200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계기로 전국에 6곳이 문을 열었으며, 2017년 현재 민간 주거복지센터 18개, 서울주택도시공사 주거복지센터 4개를 포함해 모두 64개가 운영 중이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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