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권자, 지난달 7일 우리 정부에 ISD 중재의향서 접수
“마포 도시재개발로 60평 내 집 수용돼…보상액 시세 못미쳐” 반발
중재의향서 접수 90일 이후부터 실제로 중재 소송 제기 가능
서씨 “협의 타결 안되면 소송 제기할 것”…정부 “수용 자체는 적법했다”
“마포 도시재개발로 60평 내 집 수용돼…보상액 시세 못미쳐” 반발
중재의향서 접수 90일 이후부터 실제로 중재 소송 제기 가능
서씨 “협의 타결 안되면 소송 제기할 것”…정부 “수용 자체는 적법했다”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자신이 투자한 토지가 수용된 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한 미국인이 한국 정부에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문상의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활용해 소송을 제기할 의사를 밝혔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자인 서아무개는 지난달 7일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이 위법하게 수용됐다며 법무부에 투자자-국가소송제 중재의향서를 접수했다. 중재의향서 접수는 투자자가 국가와의 분쟁을 공식 제기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사전 절차로, 중재를 신청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하는 것이다. 접수 90일 뒤부터 실제 중재 제기가 가능하다. 한-미 에프티에이를 근거로 한국 정부에 아이에스디(ISD) 중재의향서가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서씨는 2001년 남편 박아무개씨와 함께 공동명의로 서울 마포구의 주택 및 토지 188㎡를 3억3천만원(1달러=1천원)에 사들였다. 서씨와 남편 박씨의 지분비율은 76대 24였고, 남편 박씨는 여전히 한국 국적자다. 2016년 마포구는 서씨가 보유한 땅이 포함된 일대 지역을 재개발 지구로 지정하고 토지 수용 절차에 들어갔다. 토지수용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서씨 부부가 보유한 땅은 8억5천만원에 수용됐다. 서씨는 이렇게 결정된 액수가 시장거래 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며 반발했고, 국내법에 근거해 먼저 소송을 제기했으나 올해 1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서씨는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로펌을 통해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문상의 관련 조항(제 11.15조)을 들어 다시 한 번 이의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협정문 11조는 “△공공 목적 △비차별적인 방식 △신속하고 적절하며 효과적인 보상 지불을 제외하고는 당사국이 적용대상 투자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 이 의무를 위반한 경우 분쟁당사자가 협의·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 없다고 판단하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나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중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접수한 중재의향서에서 서씨는 “마포구와 서울시, 대한민국의 한-미 에프티에이 규정 위반으로 수십억원가량의 피해를 입고 있다. 이 문제를 확대할 뜻을 갖고 있으며, 만약 협의와 협상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문 11조에 근거해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중재 소송을 제기할 뜻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서씨는 또 자신의 피해액이 200만달러 이상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90일 동안 피해 보상을 둘러싼 협의가 타결되지 않으면 서씨는 중재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6년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과정에서 토지 수용과 관련한 분쟁은 투자자-국가소송제가 아니라 국내 사법절차로 해결할 것을 제안했으나 미국으로부터 거절당한 바 있다. 간접 수용의 예외사유로 넣으려 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거부당한 것이다. 정부 쪽은 “수용 자체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 대응체계를 구성해 적극 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 진행되는 절차에도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서아무개씨가 지난달 7일 접수한 ISD 중재의향서 제 1페이지 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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