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는 자영업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방안이 여럿 포함됐다. 이런 정부 조처가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한계 상태에 놓인 자영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금융권의 자영업 대출 때 특정 업종에 대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다음달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기관별로 리스크 관리 차원의 자영업 대출 포트폴리오 관리는 이뤄져왔지만 음식업·숙박업 등 업종별로 자영업자 대출 규모의 적정 수준을 정부가 마련해 제시하는 방식은 처음이다. 또 내년 3월부터 금융기관이 자영업자에 대해 여신심사를 할 때는 소득과 신용등급뿐만 아니라 업종별 현황, 상권 특성 등 사업내용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고광희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장은 “일차적으로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목적이지만, 결과적으로 대출 규제를 통해 수익성이 낮고 경쟁이 치열한 일부 자영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과당경쟁 상황으로 인해 저소득 자영업자 비중은 꾸준히 느는 추세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영업자 문제와 사회적 보호’ 보고서를 보면, 한국노동패널을 분석한 결과 임금 노동자 소득 중위값의 3분의 2 이하를 버는 저소득 자영업자 비중은 2014년 기준 27.6%에 달해 2007년(25.7%)보다 1.9%포인트 더 늘었다. 숙박·음식업종 자영업체의 영업이익률 중간값은 2007년 33.3%에서 2014년 24.2%로, 도·소매 자영업체의 영업이익률은 24.5%에서 15.3%로 줄었다. 보고서는 “자영업 영업이익 감소는 매출액이나 인건비보다는 자영업체 밀집과 대형마트,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경쟁 상대의 출현으로 인해 매출 자체가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른바 ‘생계형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소득 대비 대출 규모가 큰 탓에 상환능력도 떨어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번에 자영업자 대출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48만4천명이 상환능력이 낮고 금리상승에 취약한 생계형 자영업자(대출금액 3억원 이하, 연소득 3천만원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다.
자영업 소득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영업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전년 같은 달보다 7만9천명 증가한 것을 시작으로 11월 이후에는 10만명 이상씩 증가세를 이어왔다. 최근 그 폭이 다소 둔화했지만 9월에도 4만5천명이 늘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최근의 자영업 증가는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 등으로 인해 임금 일자리에서 밀려난 이들이 자영업으로 쏠리며 나타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가운데, 폐업 뒤 지원 대책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67.7%를 차지하고 있는 50살 이상 자영업자의 경우 퇴로가 없는 탓에 저소득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을 떠나는 비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낮다. 유망 업종 재창업이나 적절한 소득이 보장되는 임금 일자리를 새로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 시기와 겹쳐 고령 자영업자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폐업 후 이들에 대한 대책을 재취업 지원 등 경제정책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공적연금 가입 확대 등 사회정책과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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