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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업 팔 비틀어 경기부양 않겠다, 단 법과 원칙은 지켜야”

등록 2017-11-01 19:59수정 2017-11-01 21:22

[단독]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인터뷰

3분기 깜짝 성장
문재인 정부 양적성장 강조 안해
수출-내수 쌍끌이체제 만들어야
온기 골고루 느끼게 하는게 과제

기업 자율적 의사결정 환경 조성
법·원칙 준수땐 투자든 고용이든
기업들 스스로 결정에 맡길 것
최저임금, 영세업자 3조 지원

공정경제없이 소득주도 성장 없다
공정한 경제, 서민 체감이 중요
중견기업 일감몰아주기 곧 조사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29일 밤 청와대 근처 한 카페에서 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29일 밤 청와대 근처 한 카페에서 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기업 팔을 비트는 식의 행정은 하지 않겠다. 법과 원칙만 지키면 기업들은 자율적 의사결정으로 경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 29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과거 정부에서 단기적인 경기 대응을 위해 청와대와 경제부처가 대기업을 압박해온 관행은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이같이 밝혔다. 대신 홍 수석은 “수출과 내수가 함께 가는 쌍끌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수석은 또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 지원 방안과 관련해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노동자들도 신청해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기로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아울러 홍 수석은 “공정경제 없이는 소득주도 성장도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며,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중견기업 ‘일감 몰아주기’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고도 언급했다.

개혁 성향의 경제학자 출신인 홍 수석은 지난 7월부터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으로 일하고 있다.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계에만 몸을 담아왔다. 대·중소기업 간 하도급 관계에서 협상력 격차와 불공정거래 관행 등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연구해왔다. 이날 홍 수석과의 인터뷰는 청와대 인근 음식점에서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29일 밤 청와대 근처 한 카페에서 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29일 밤 청와대 근처 한 카페에서 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성장률 수치에 연연하지 않을것”

―최근 올 3분기 성장률(전기비 1.4%)이 발표됐다. 0.8~0.9%였던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 예상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세계 경기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출 실적이 좋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에 따라 성장률이 더 높아진 측면도 있다.”

―올해 3% 성장 달성에 파란불이 켜진 것 같은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양적 성장을 강조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여기에 의존하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많다. 과거 정권과 달리 성장률을 목표치로 제시하지도 않을 거다. 3분기 성장률은 정부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보다 분명하게 확인시켜줬다. 한국 경제가 수출 의존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 뚜렷하게 부각됐다. 수출 중심의 ‘외끌이’ 성장을 수출과 내수가 함께 가는 ‘쌍끌이’ 성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외변수에 따라 울다가도 웃고 웃다가도 울게 하는 것이 수출이다. 그나마도 수출과 투자가 모두 특정 부문(반도체·석유화학 등)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성장 온기를 많은 사람이 골고루 느끼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3% 성장을 언급했는데.

“문 대통령이 관련 발언을 한 데는 좀 다른 취지가 있었다. 지난 9월 북핵 위기가 불거지면서 다수 언론과 민간 연구소 등에서 비관론이 쏟아졌다. 우리가 파악한 상황보다 과도한 우려라고 봤다. 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내년 경기는 어떻게 전망하나?

“내수부문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될 예정이고 아동수당 도입,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이 시행된다. 정부 출범 이후 내놓은 대표 공약들이 하나둘씩 시행이 되면 가계소득이 확충되고 민간소비 개선세도 나타날 것으로 본다. 또 중국과 관계 개선이 되면 내수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계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부동산으로 흘러가던 돈이 돌지 않으면 저축증가로 이어지지 않을까?

“부동산으로 흘러가던 돈의 줄기를 생산적인 부분으로 물꼬를 바꾸는 게 매우 중요하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금융 분야에 정비가 필요하다. 금융 쪽에는 규제들이 너무 많다. 은행업 등에 대한 인허가 기준도 다소 완화할 생각이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이 고민되고 있다.”

■ “기업 팔 비틀기 안 한다”

―과거 정부에선 경제수석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기업 투자를 모니터링하고 채근하는 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들의 팔을 비트는 식으로 나서진 않을 거다. 기업 투자활동은 자율적 의사결정에 따라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들은 자유를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정부는 경제 구조의 질적 변화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9월에 소비 심리가 나빠지고 할 때 (과거와 같이) 소비세를 깎는 등 단기 소비부양책을 꺼내 들지 않았다. 모두가 알지 않나. 단기 부양책은 꼭 후유증을 남긴다.”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인가?

“그렇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다고 해서 기업들에 일자리 창출을 ‘압박’한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는 제도와 법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할 뿐이다. 현 정부에선 적어도 기업들은 법과 원칙만 지킨다면 투자든 고용이든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기업을) 운영하면 된다.”

―혁신성장이 박근혜 정부 때의 창조경제와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와 달리 개념 정의에 시간을 쓰지 않기로 했다.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을 내보이면서 이게 혁신성장 정책이라고 국민들이 이해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개념 논쟁은 시간만 끌 뿐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가 3조원 규모 일자리안정기금을 만들기로 한 것도 이런 우려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인가?

“최저임금이 오르면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느는 것은 사실이다. 최저임금 인상 결정될 때 정부 내에서 많은 시뮬레이션을 했다. 3조원 정도를 지원하면 일자리 감소 등의 부정적 영향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저임금 대상자 중 상당수는 사회보험망에서 벗어나 있다. 이들도 지원을 받을 수 있나?

“현재 고용보험 등에 가입되지 않은 노동자들도 신청해서 (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기로 결론을 냈다. 조만간 구체적인 기금 운용방안이 발표될 것이다.”

■ “공정경제 없이 소득주도 성장 없다”

―집권 초반에 소득주도 성장이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공정경제나 혁신성장 쪽이 덜 주목을 받았다.

“공정경제 없이 소득주도 성장이 가능할까.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앞으로 공정경제 관련한 정책이 계속 나올 거다.”

공정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방향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약탈적인 지대 추구(rent-seeking) 행위가 자리잡지 못하도록 하는 경제 구조가 돼야 한다. 공정경제 정책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 출범 초기에 치킨값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음으로는 기업 간 불공정거래나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서 편법으로 부를 늘리는 행위를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규제 정비도 중요하다. 규제 중엔 기득권을 보호하는 구실을 하고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

―규제 사각지대를 활용해 중견기업들도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하다는 <한겨레> 보도가 있었다.

“청와대에서 일하기 직전에 발표한 내 논문이 다룬 주제가 중견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였다. 경제수석으로 일하면서 그 부분에 대한 검토를 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규제를 중견기업까지 확대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신 상속·증여세법상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을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았다. 추이를 지켜본 뒤 더 강화할지 여부를 내년에 따져보겠다.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통해 실태조사에도 나설 계획이다.”

―국회에서 예산심의가 시작됐다. 역대 정부보다 재정을 확장적으로 구사할 방침인데, 세수 확충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지출 구조조정을 11조5천억원이나 한 것은 큰 규모다. 예산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항목들이 많아서, 많은 부처에서 이견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정부 내에서) 관철한 것은 평가받아야 한다.”

―세수 확충을 위해선 조세 부담을 키워야 한다. 그런 의지가 약해 보인다는 뜻이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증세를 전면화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 국회의 벽도 높다.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이라도 국회에서 의결되길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미 밝힌 대로 전반적인 증세 논의는 추후 구성할 ‘조세재정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다. 이 위원회는 얼마 전 임명된 정해구 교수(성공회대)가 이끌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내부에 두기로 했다.”

김경락 김보협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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