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간 한판 승부가 시작됐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일부터 법정 처리기간(12월2일)까지 한 달간 내년 예산안(429조원)을 본격 심의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 예산안은) 일자리와 가계소득 증대, 혁신성장, 국민안전과 안보에 중점을 뒀다”며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지원, 아동수당 도입 등에 대한 예산 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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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3만명 증원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해온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일자리 창출에 19조2천억원을 배정했다. 올해보다 12.4%(본예산 기준) 늘어난 규모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안에는 중앙직 공무원 1만5천명을 충원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 4천억원이 포함됐다. 지방직(1만5천명) 인건비는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해 정부 예산을 쓰지 않는다. 내년에 늘어나는 중앙직·지방직 공무원 3만명은 대부분 현장직이다.
하지만 공무원 증원은 재정부담 증가를 이유로 야당의 반대가 거센 탓에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세금을 통한 공무원 일자리 증원은 최우선 삭감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공무원을 늘린다고 하니까 각 부처들이 ‘떡 본 김에 제사 지내자’는 식으로 증원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윤정 기획재정부 예산기준과장은 “총지출에 견줘 인건비 비중이 합리적인가 따져야 하는데, 인건비는 과거에 9%였는데 현재는 8.3%까지 내려온 상태”라며 “30년이 지나도 인건비 비중은 8%대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17만4천명을 증원하더라도 예산 총지출 대비 공무원 인건비 비중은 2021년 8.6%라는 게 기재부 쪽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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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최저임금 인건비 지원 내년 최저임금이 16.4%(시간당 6470원→7530원) 오르는 데 따라 영세사업자(소상공인)에게 인건비를 1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예산도 야당이 벼르고 있는 쟁점이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자리 안정자금 2조9704억원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직원 30명 미만 사업체에 대해 노동자 1인당 최대 월 13만원을 사업자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받는 사람은 300만명 정도다.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이달 초에 발표된다.
그러나 야당은 부정적이다. 자유한국당은 “2020년 1만원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지원금 규모가 10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도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고개를 저었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0~5살 아동 1인당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내년 4월부터 기초연금을 현재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야당은 각론에서 차이를 보인다. 국민의당은 아동수당 도입과 기초연금 확대에 찬성한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방안보다 아동수당의 경우 대상 연령을 2배로 확대하되 소득 하위 80%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기초연금에 대해서도 소득 하위층에 우선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바른정당은 아동수당·기초연금 확대에는 긍정적이지만 재원 확보 방안이 없다며 “경직성 예산의 경우 우선순위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아동수당을 소득하위 50% 이하 초·중등생(600만명)에게 현금이 아닌 바우처 형식으로 월 15만원씩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또 기초연금 확대라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재원 대책 등을 따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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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간접자본 예산 증액 내년 사회간접자본(SOC)은 올해보다 20%(4조4천억원)나 줄어든 17조7천억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예산 삭감으로 현재 추진 중인 에스오시 사업이 취소되거나 계획 변경이 된 경우는 없다. 2조5천억원가량 이월액이 쌓여 있고 신규 사업을 아직 본격적으로 착수하지 않은 시기적 특성을 활용해 대규모 감액을 단행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에스오시 예산의 집행 시기를 미룬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야당은 일제히 에스오시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건설투자의 국민경제 효과를 강조하면서 경북지역 삭감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점을 들어 반발한다. 국민의당도 ‘호남 홀대론’을 앞세워 증액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은 “경제 파급 효과”를 들어 “꼭 필요한 예산은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은주 방준호 송경화 김남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