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학자인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와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한 것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근거로 개정 협상을 요구했지만,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인 행보라는 지적이다.
두 사람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특별 강연에서 “자유무역은 당사자국 모두에 이득이 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손 교수는 “경제학자로서 이 사안(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 등 보호무역 조처)은 경제학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하락하는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말들을 꺼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다른 미국의 주요 교역국가들에 견주어 미국의 대 한국 무역수지 적자는 그렇게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며 “무역수지 적자가 커진 근본적 이유는 미국의 과소비 때문이다. 미국은 너무 많은 재화를 소비하고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미국이 취해야 할 조처는 협정으로 피해를 보는 업종과 해당 업종 종사자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자유무역은 각 국가의 특화 상품 수출을 늘려 (사회 전체적으로) 빈곤을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갈리는 단점도 있다”며 “제조업 실직자 등 패자들을 보호하는 조처가 필요한데 미국은 이 부분이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손 교수는 “현재 협정 내용이 미국보다 한국에 좀 더 이득이 되고는 있다”며 “한국이 좀 더 양보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미국은 한국에 버스를 수출하고 싶은데 한국은 미국 버스 규격이 기준치보다 고작 5∼10㎝ 크다는 이유로 수입하고 있지 않다”며 한국이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프리 쇼트 연구원 역시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무역 및 경제 문제는 크지 않은데 정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인위적으로 위기 상황을 조성하고, 한국이 굴복할 수밖에 없는 위치로 몰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언급한 것은 “하나의 협상 도구”라고 말했다.
또 그는 “2017년 1~8월 수치를 보면, 미국의 대 한국 공산품 수출이 20%나 증가했고, 한국의 대 미국 수출은 지난해 수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이처럼 미국의 대 한국 교역 조건이 개선된 것은 누구도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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