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에게 우리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제외 철회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이미 양국 실무급이 이 문제를 협의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12월 열릴 한-중 정상회담 이전에 양국이 절충점을 찾아 타결에 이를지 관심이다.
14일 문 대통령 순방 수행단으로 필리핀에 있는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미 양국이 실무급 선에서 배터리 보조금 지원 중단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리커창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의제로 꺼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배터리 보조금 지원과 중단은 중국 정부의 재량권에 속한 문제이며, 서로 관계 복원을 얘기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회담에서 리커창 총리는 “중국 소비자들의 안전문제라서 유의해야 한다”고만 답했다. 문 대통령이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를 지목한 건 12월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때까지 양국이 이 문제를 타결하도록 촉구하는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엘지(LG)화학과 삼성에스디아이(SDI)는 2014년 10월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한 뒤 생산·판매에 들어갔으나 이듬해 2분기부터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중국 당국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중국서 팔리는 전기차는 연간 60만~70만대로,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 비중은 20~30%에 이른다. 이후 우리 기업과 같은 기술·제조방식(삼원계 배터리)으로 배터리를 소규모 판매하는 일본 기업은 보조금 지원 대상에 선정됐지만, 우리 기업 제품은 ‘사드 갈등’까지 겹치면서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계속 빠져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사업은 보조금 등 정책당국 의지에 좌우되는 이른바 ‘정책기반 사업’”이라며 “제조방식에 따라 안전 인증기준을 마련해 이를 통과하는지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도, 중국 당국은 막연히 (배터리 인화 우려에 따른) 소비자 안전문제라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제외 배경에는 중국의 자국 배터리산업 육성을 위한 보호주의 의도도 있다고 해석한다. 일부 중국 업체는 기술적으로 한 세대 앞선 우리 기업의 제조방식과 같은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