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처럼 고용 분야에서도 기업의 신규 채용 때 이른바 ‘고용 크레디트’(일시 채용보조금)를 도입하자는 일자리 정책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강두용(57) 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2015년부터 자신이 주창하고 있는 ‘고용크레디트 거래제도’에 대해 “기존 임금보조금 정책과 달리 시장친화적이고 재정지출 효율성에서도 가장 적은 비용으로 일자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경제정책 시행에서 흔히 발생하는 시차(타이밍) 문제도 해결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구상”이라고 말했다.
고용 크레디트 제도의 기본적인 구상과 작동방식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과 비슷하다. 쉽게 말해, 기업이 한 명을 새로 뽑을 때 1크레디트를 고용 크레디트 시장에 내놓으면, 정부가 이를 사주는 식이다. 정부의 매입 가격은 경기 상황이나 고용 목표에 따라 수시로 변동한다. 또 기업이 해고를 할 경우 자신이 공급한 크레디트를 되사가도록 한다. 현재 일률적인 고용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시장 원리에 맞게 바꾸자는 제안인 셈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국가는 일종의 채용보조금인 고용 크레디트가 거래되는 시장을 새로 도입해 운영해야 한다. 이 시장에서 모든 산업에 걸친 민간기업들은 신규 채용 때 각자 크레디트를 공급(발행)하고, 국가는 이를 매입한다. 국가의 크레디트 구매 수량과 가격은 특정 시점마다 설정되는 전체 고용(실업률) 목표 등에 따라 정해진다. 민간기업은 신규 고용을 위해 필요하다고 여기는 채용보조금 수준을 자기 기업의 크레디트 매도(의향)가격으로 제시한다. 강 부원장은 “크레디트 수요자인 정부는 가급적 싼 가격에 구매하려 할 것이고, 기업은 신규 채용 노동자에게 줄 임금과 그 노동자의 생산성에 따른 기대수익을 고려해 그 차액만큼을 크레디트 가격으로 받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디트는 주식시장처럼 매일 거래되고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끊임없이 변동한다. 정부는 하루 1만명, 1주일 5만명, 1개월 20만명 식으로 신규 추가고용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에서 크레디트의 ‘매수호가’를 그때그때 조정해 간다. 강 부원장은 “실업자가 점차 증가하는 불경기에 기업의 크레디트 공급량은 줄어들지만 악화하는 실업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수요(매입) 호가는 오르면서 크레디트 가격은 상승하게 될 것이고, 반대로 호황기에는 크레디트 가격이 하락하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신규 노동자를 채용한 뒤에 ‘미리 정해진 임금’을 월마다 보조하는 기존 임금보조 방식은 경기 상황에 따른 고용변동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고 보조금 조정도 쉽지 않다. 반면 크레디트 거래는 통상 불황기에만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재정정책과 달리 시장에서 상시로 이뤄지며, 기존 임금보조 정책과 달리 보조금 관리를 위한 행정 비용도 줄어든다. 국가 재원이 먼저 지출되지 않고 기업이 고용을 늘린 데 따라 실적 베이스로 지급되는 외과 수술적 처방이기도 하다. 강 부원장은 “크레디트 제도는 경기가 변동할 때 고용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채용보조금 수준이 시장에서 끊임없이 바뀌며 조정된다. 기존 임금보조금의 과잉 혹은 과소라는 시행착오 문제를 우회할 수 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크레디트를 팔아 고용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채용 노동자를 나중에 해고할 경우 크레디트를 사도록 ‘환매 의무’를 부과해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 다만 자발적 이직의 경우엔 환매 의무가 없다.
고용 크레디트는 국내외를 통틀어 강 부원장이 처음 내놓은 정책 구상으로, 산업연구원과 한국은행의 연구보고서로 이미 제안한 바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유사 사례도 이미 있다. 현행 세법은 투자세액공제처럼 고용에서도 고용증가분에 한시적으로 세액공제(정액)를 해주고 있고, 고용보험의 경험요율제는 고용실적에 따라 보험료 차등을 둬서 해고가 많은 기업에는 더 많은 보험료를, 해고가 적은 기업에는 낮은 보험료를 적용하고 있다. 강 부원장은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85년에 산업연구원에 들어와 그동안 일자리 정책, 가계-기업 간 소득불균형, 노동생산성 추세 분야를 주로 연구해왔다.
글·사진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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