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때 강원도 춘천에 거주하는 초기 결혼이민 여성들이 자원봉사자와 함께 송편빚기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남성과 결혼한 다문화 아내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베트남 여성이 중국 여성보다 많아졌다. 출산 연령대도 30대 초반이 20대 후반을 앞질러 평균 출산 나이가 30대로 늦춰졌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16년 다문화 인구 동태 통계’를 보면, 지난해 다문화 결혼은 2만1709건으로 한 해 전(2만2462건)에 견줘 753건(3.4%) 줄었다. 다만 전반적으로 결혼이 전년보다 7.0% 감소한 것에 비춰보면, 다문화 결혼의 감소율은 완만한 편이다. 다문화 결혼이란 한국 국적자가 귀화자·외국인 배우자와 결혼한 경우를 말한다.
배우자의 출신 국적을 보면, 아내는 베트남이 27.9%로 가장 많았고, 중국(26.9%), 필리핀(4.3%) 등이 뒤이었다. 중국 출신 비중은 다문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에 38.6%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였지만 2015년(27.9%)까지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출신이 1%포인트 줄어든 반면 베트남 출신이 4.8%포인트 늘어나면서 처음으로 추월당한 것이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한류열풍이 불면서 취업, 연수 형태로 국내에 들어오는 베트남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중국 출신의 다수를 차지하던 조선족은 결혼 이외에도 국내에 영주할 길이 생겨 다문화 결혼이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문화 남편은 중국 출신이 9.9%로 여전히 가장 많았고, 미국 6.4%, 베트남 2.6% 순으로 집계됐다.
다문화 출생에서 엄마의 출산 나이는 30대 초반(31.3%)이 20대 후반(31.1%)을 처음으로 따라잡았다. 20대 초반은 18.5%에 그쳤다. 그 결과 평균 출산 나이가 30살로, 2008년에 견줘 2.3살 증가했다. 한국인 엄마의 출산 나이는 32.6살로 더 높다. 결혼해서 첫아이를 출산할 때까지 평균 결혼생활은 3.4년으로 한국인 부부와 비슷했다. 이지연 과장은 “다문화 가정이 한국에 많이 동화되면서 결혼, 출산 패턴이 내국인과 매우 비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가정이 아이를 많이 낳는 경향이 있지만, 저출산 대책으로 다문화 결혼을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앞으로 설득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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