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제롬 파월 연준 시대’ 관전 포인트

등록 2017-11-19 09:42수정 2017-11-19 22:11

[토요판] 뉴스분석 왜?
트럼프 시대의 통화·금융정책 전망

차기 ‘경제대통령’ 지명된 제롬 파월
“다른 사람 의견 경청” 내부 평가 많아
‘옐런의 공화당 버전’ 지명된 배경엔
기존 통화정책 기조 유지 전망 높아

금융규제 완화에 치우친 파월의 행보
미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 큰 변수
글로벌 금융위기 다시 닥쳐온다면
‘술병 치우는’ 능력 시험대 오를 것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각) 차기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에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를 지명했다. 흔히 ‘비둘기파’로 불리는 그의 지명으로 기존의 통화정책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당장은 높다. 국내 대표적인 ‘연준 전문가’로 꼽히는 김진일 고려대 교수가 제롬 파월 지명의 의미를 짚어봤다.

지난 11월2일(현지시각)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직전 미국의 중앙은행에 해당하는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회 의장에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를 지명했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미국 상원 은행소위원회 청문회를 시작으로 상원의 인준 과정을 통과하면, 파월 이사는 내년 2월부터 연준 이사회(FRB)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이끌면서 ‘경제 대통령’의 역할을 맡는다.

2011년 말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이사로 지명되고 2012년 5월부터 이사직을 수행하기 시작할 즈음에, 그가 훗날 연준 의장에 오르리라고 전망한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본인이 원하는 민주당 성향의 한 인사를 이사로 임명하고자 했으나, 공화당 우위의 상원에서 인준안을 통과시키기 힘들었다. 당시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 인준을 통과하기 위해 공화당 성향의 인사 중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합리적인 인물을 민주당 인사와 동시에 이사로 지명해 두 명이 함께 연준 이사로 임명되도록 했는데, 그 공화당 성향 인사가 바로 파월이었다.

연준 이사회에는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의 이사가 상임으로 근무한다. 그중 한 명인 파월 이사가 그동안 언론으로부터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건 다른 이사들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14년 5월 무렵 그는 연준의 아시아 순방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 언론에서도 그와 함께 방문한 (FOMC 참가자 중 한 명인)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지역연준 총재를 더 많이 다루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원들과 융화, 지식 습득 능력 뛰어나

개인적으로 지난 5년 남짓 동안 방학 때마다 워싱턴에 있는 연준 이사회를 방문해 들었던 파월 이사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11월 초 백악관에서 열린 지명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사용했던 ‘제이’(Jay)라는 애칭을 연준 이사회의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파월 이사가 부하 직원들과 매우 융화를 잘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파월 이사에 대한 연준 이사회 내부의 대체적인 평가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본인의 의견을 빠르게 형성해 나가는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가 나온 배경엔 지난 수십년간,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10년간 경제학자 중심으로 진행됐던 연준의 의사결정 분위기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법과대학에서 변호사 교육을 받고 금융계에서 일한 경험이 있던 파월 이사로서는 ‘경제학적 지식을 중심으로 형성된 의견’을 정확하게 흡수하는 것이 급선무였을 것이다. 그의 이러한 습득 능력은 연준 이사회의 많은 경제학자들도 동의하는 대목이다.

물론 여러 가지 면에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번 의장 지명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이번 연준 의장 지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 중에서 가장 합리적이었다는 의견도 많이 있었지만.) 그중 하나가 파월 이사가 경제학 박사 출신이 아니라는 점인데, 이는 아마도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5년 동안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한 번도 통화정책 결정에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없었는데,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변호사 출신이면서 민간 금융업계를 경험한 그의 경력과 관련시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고집이 강한 경제학 박사 출신 정책당국자와는 달리, 변호사나 금융업계 출신 인사는 본인이 속한 집단의 결정에 반하는 주장을 강하게 펴지 않는 성향이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여러 평가에도, 앞으로 연준 의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전망과 평가는 결국 통화정책과 금융감독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1990년대 중반까지의 한국은행이 그러했듯이, 미국의 연준은 지금도 은행감독에 있어서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런 역할은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점차 확대됐다.)

우선 통화정책의 측면부터 보자. 거의 모든 언론이 예상하고 있듯이, 파월 지명자는 현 의장인 재닛 옐런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에 관해서는 여러 의견이 존재하지만 최근에 미국 경제가 건강한 회복세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이러한 측면에서 ‘옐런의 공화당 버전’으로 불리는 파월을 의장으로 지명한 데는 이러한 회복세를 이어나가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회복세가 길게 보아서는 공화당에, 짧게 보아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되리라는 계산이 깔려 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각) 차기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에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를 지명했다고 발표한 뒤 악수를 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각) 차기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에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를 지명했다고 발표한 뒤 악수를 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트럼프의 금융규제 완화에 ‘찬성’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옐런을 재지명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 좋은데 왜 민주당일까?’라는 의문일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는, 금융감독에 대한 옐런의 생각이 트럼프 대통령 및 공화당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금융규제가 과다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이런 트럼프에게 금융규제 완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발언을 하는 옐런 의장은 부담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옐런의 재지명이 무산된 것과 더불어 연준의 2인자와 3인자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사임하는 것도 금융규제를 둘러싼 공화당 행정부와의 의견 대립과 무관하지는 않아 보인다. 이들 세 명에 비해 금융규제 완화에 상대적으로 찬성하는 편인 파월의 행보를, 한국의 금융계와 정책당국은 관심있게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미국의 통화정책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익히 알려진 바다. 하지만 미국의 금융감독 정책이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경험했다. 앞으로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대목이다.

한국의 공무원 사회에서 나도는 ‘늘공’과 ‘어공’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어쩌면 전 세계의 모든 정책당국이 피할 수 없는 공통된 문제의 하나인지 모른다. ‘평생직장으로 알고 근무하는 직원’과 ‘임명직 당국자’의 갈등과 조화는 어디나 존재한다. 1990년대 중반에 잠시, 그리고 2000년대 중후반에 걸쳐 연준 이사회에서 10년 정도 일하면서 느꼈던 연준 직원의 자부심 중 하나는 ‘누가 연준 당국자로 임명되어도 연준 조직은 그를 진정한 연준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파월 이사가 경제학 박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러한 자부심이 과연 경제학 박사가 아닌 인물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단지 개인적인 관심 차원에서만 흥미롭게 관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결과에 따라 미국 경제 그리고 한국 경제에 매우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0여년 전에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은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만약에 미국 경제에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온다면 어떠한 통화정책을 펼칠지가 파월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때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해하는 능력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주도하는 능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술병을 늦게 치운다면…

사실 중장기적으로 통화정책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금융감독에 대한 그의 견해이다. 파월 지명자는 금융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동조하는 편이다. 경제학자라면 규제완화의 편익에 대해선 대부분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규제완화의 비용에 관한 문제이다. 흔히들 중앙은행의 역할을 ‘파티의 흥이 무르익어 갈 때 술병을 치워야 하는’ 숙명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에 대해 하는 말이지만, 금융감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하겠다. 파월 지명자의 ‘술병 치우는’ 능력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파티의 흥이 무르익으면’ 언제가 그때인지를 판단하는 혜안을 갖추고 있기를 바란다. 만일 그가 술병을 조금 늦게 치울 때 숙취의 뒤치다꺼리는 전 세계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들불처럼 번지기 직전인 2007년 후반과 2008년 전반에 대부분의 정책당국자를 포함한 연준의 경제학자들은 경기를 매우 낙관적으로 예측했다. 옐런 당시 샌프란시스코 지역연준 총재는 경기를 비관적으로 예측했던 소수파의 대표주자였다. 옐런의 비관적 견해는 올바른 예측으로 판명이 났고, 이후에 옐런은 연준 부의장과 의장으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냈다. 그가 내년 2월에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이사직도 사임할지 아니면 2024년까지 이사직을 유지할지는 두고 보아야 알겠으나, 어쨌든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는 또 한 명의 전임 연준 의장에게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글로벌 증시 덮친 ‘트럼프 리스크’…한국 타격 왜 가장 컸나 1.

글로벌 증시 덮친 ‘트럼프 리스크’…한국 타격 왜 가장 컸나

‘가성비’ 중국 비야디, 내년부터 한국 달린다…시장 격변 예고 2.

‘가성비’ 중국 비야디, 내년부터 한국 달린다…시장 격변 예고

이러다 ‘4만전자’…삼성전자, 장중 5만1천원대로 내려앉아 3.

이러다 ‘4만전자’…삼성전자, 장중 5만1천원대로 내려앉아

[신년사] (주)김가네 김용만 회장 “즐겁게 변화하고 도전하자!” 4.

[신년사] (주)김가네 김용만 회장 “즐겁게 변화하고 도전하자!”

[단독] 윤 정부 ‘특활비 쌈짓돈’ 2792억…긴축 예산 무풍지대 5.

[단독] 윤 정부 ‘특활비 쌈짓돈’ 2792억…긴축 예산 무풍지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