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에 참석한 권태신 한경연 원장(왼쪽부터), 이규성 전 재무부 장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전경련 사진제공
“한국경제가 ‘끊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사회가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이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에서 외환위기 극복 당시 경제정책 책임자였던 이규성 전 재경부 장관은 한국경제 위기 재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이 전 장관은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의 초대 재경부 장관을 맡았다. 이 전 장관은 “아이시티(ICT) 융합과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위기가 닥쳐도 (정상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복원력을 갖기 위한 유연성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국민이 개인적 권익과 이익만 추구하기보다 사회와 기업의 발전을 함께 생각해야 하고, 기업인도 외환위기 때처럼 (‘대마불사’ 신화를 통해) 이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사회화하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외환위기 조기 극복의 비결로 김대중 대통령의 뛰어난 리더쉽, 금 모으기로 보여준 국민의 단합, 한국을 믿고 지원해준 국제사회의 협력 등 세가지를 꼽았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이 심각하다는 권태신 한경연 원장의 지적에 대해 “경직성 문제와 양극화 문제가 모두 존재한다”면서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이 100이라면 비정규직은 60, 중소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각각 50과 30인 현실에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데는 대부분 동의하는 만큼 우선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권 원장은 “경제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8%가 향후 5년내 한국경제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하는 등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이에 앞서 발제에서 위기 당시와 현재의 한국경제를 비교하며 “경상수지가 2012년 이후 67개월 연속 흑자이고, 외환보유액이 올해 10월말 기준 3845억달러로 늘어났으며, 2014년 9월 순대외금융자산국으로 전환하는 등 대외건전성 부분은 개선됐으나, 저성장의 장기화, 양극화, 가계부채 급증 등 대내 경제 펀더멘털은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현 원장은 “외환위기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채무 급증 등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아시아 외환위기 등 외부충격이 가세되면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전 대외건전성이 취약했던 원인과 관련 “대마불사의 신화 속에서 재벌의 차입경영에 의존한 과잉투자와 금융기관의 리스관리기능 저하 및 해외 단기차입 확대가 겹쳤고, 여기에 기업경쟁력 약화와 해외자금 유입에 따른 원화강세로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외채급증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현 원장은 “김대중 정부는 통화·재정의 긴축정책과 4대부문(기업·금융·노동·공공) 구조개혁으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했지만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의 고통을 경험했다”면서 “기업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은행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는 등 기업과 금융의 부실이 해소되고 체질개선이 이뤄지는 성과가 있었으나 노동개혁은 유연성 제고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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