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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미 FTA 세이프가드 미 쇠고기 수입액 58% 늘었어도 작동불가”

등록 2017-11-22 16:34수정 2017-11-22 21:15

정부-농축산업계 ‘FTA 간담회’

“발동기준 지나치게 높게 설정돼
농가 다 망해야 발동할 수 있어”
“농업분야 협상할 수 밖에 없다면
불평등 조건 삭제·개선해야”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민감품목’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고 내세워 온 미국산 쇠고기·돼지고기·분유 수입이 급증하고 있으며, 협정문에 도입한 농산물 세이프가드와 저율관세할당(TRQ) 조처가 ‘국내시장 보호’ 구실을 전혀 못한 채 무기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산업계는 “한-미 에프티에이를 폐기하고, 개정협상에 들어가더라도 ‘농업 추가개방은 없다’거나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협정문의 농축산물 불균형조항을 공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가 11월 2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산업부 제공
한-미 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가 11월 2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산업부 제공
22일 정부 주최로 서울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열린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한석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실장(모형정책실)에 따르면, 협정 발효 이후 5년(2012~2016년)간 미국산 축산물 수입은 연평균 41만9천톤으로, 협정 발효 이전 5년(2007~2011년·35만1천톤)에 비해 19.4%(물량기준) 증가했다. 금액기준으로는 이 기간 동안 연평균 13억1천만달러에서 20억8천만달러로 57.8% 증가했다. 특히 쇠고기는 6만6천톤에서 12만1천톤으로 82.7%, 돼지고기는 10만8천톤에서 13만3천톤으로 23%, 분유는 4백톤에서 6천톤으로 1300% 증가했다.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작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15만3천톤)만으로도 한우 농가가 큰 피해를 보고 있어 난리인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문에 명시돼 있는 농산물 세이프가드(수입이 일정물량 이상으로 급증할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긴급수입제한조처)는 발동기준이 비현실적이어서 미국산의 국내시장 교란을 막는 안전장치 구실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산 쇠고기 세이프가드 발동기준은 2012년(27만톤)에서 해마다 6천톤씩 늘어나 올해 30만톤(관세율 30%)으로, 발동할 수 있는 기준 물량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돼 발동 가능성이 거의 제로다.

협정문은 쇠고기·돼지고기·양파 등 30개 농수산물 품목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도입했다. 그러나 돼지고기의 경우 세이프가드 발동 대상은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량의 5%에 불과한 냉장육으로 한정돼 있고, 과일에서 세이프가드 적용 품목은 식물방역법상 이미 수입이 금지돼 있는 사과뿐이다. 한우협회는 “농가가 다 망할 정도가 돼야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지금보다 관세가 더 인하되면 한우산업은 붕괴될 것이다. 협정을 폐기해 관세율을 40%로 환원하고,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면 현재 수준(관세율 24%)에서 관세를 동결하고 관세철폐 기간도 15년에서 20년으로 늘리고, 쇠고기 세이프가드 발동기준 물량을 대폭 낮춰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민감품목인 분유도 시장 보호조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협정문에 ‘현행 고율관세(176%) 유지’로 양허했으나, 그 대신에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는 저율관세할당(TRQ) 쿼터(첫 기준년도 5천톤)를 허용한데다 이 물량마저도 아무런 기간 제한없이 매년 3%씩 복리로 늘려주고 있는 형편이다. 관세가 철폐된 것이나 다름없는 저율관세할당으로 연간 5~6천톤의 분유가 의무 수입되고 있다. 6년 전 협정 비준 당시 정부가 세이프가드·현행관세 유지·10~15년 장기 관세철폐 등 이른바 ‘민감품목 보호’ 제도 도입을 관철시켰다고 내세웠으나, 협정 발효 5년이 지난 지금 이런 보호 조처들이 무력한 상태에 놓이면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임정빈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부)도 “미국산 수입 급증으로 축산 농가를 중심으로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데 세이프가드는 실효성이 없고, 무관세 저율관세할당 수입물량이 계속 증가하는 탓에 ‘현행 고율관세율 유지’도 별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며 “개정협상이 시작되면 이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개정관련 모든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우리 사회 내부에서 협정 ‘폐기’ 논의를 시작해야한다”고 주장했고,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농업분야는 개정협상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하되, 미국의 압력으로 협상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면 세이프가드 발동기준과 무관세 쿼터물량 배정 등 대표적인 농산물 불평등 조건을 우리 쪽이 공세적으로 나서 삭제·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 국장(통상정책)은 “미국쪽에 ‘한국에서 농업은 민감하고 이미 개방수준도 높아 더 이상 추가개방은 어렵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다”며 “새로운 이익균형이 도출되지 않거나 일방에 불리한 요구는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개정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협상에 임하고 있는 건 아니고 ‘폐기’는 우리도 갖고 있는 옵션”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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