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이동신 자산과세국장이 부동산 거래 관련 세무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 한 보건소 공중보건의로 일하는 ㄱ씨(31)는 대구광역시에 있는 고급 아파트에 전세로 살면서 최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와 용산구 신축 오피스텔 등 10억원대의 부동산을 사들였다. 군복무를 대신해 공중보건의로 일하는 ㄱ씨의 수입만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국세청 조사 결과, ㄱ씨는 재력가인 어머니와 외할머니 등으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아 전세자금과 주택 매매대금에 썼지만 증여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는 어머니로부터 수시로 현금을 받아 생활비 등으로도 사용했다.
#2. 광주광역시에 사는 ㄴ씨(47)는 고액의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이 형성된 부산, 동탄 2신도시, 혁신도시 등의 아파트 분양권을 투기 목적으로 10회 이상 사고팔았다. 그는 거래 때마다 다운계약서를 써서 양도소득을 줄여서 신고했고, 이렇게 탈루한 양도소득으로 다시 동탄 2신도시와 세종시 등에서 주택과 토지를 사들였다.
국세청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부동산 가격 급등 지역을 중심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결과,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ㄱ씨와 ㄴ씨를 비롯해 현재까지 조사가 마무리된 261명에 대해 581억원을 추징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국세청이 발표한 ‘부동산 거래 관련 세무조사 중간결과’를 보면, 국세청은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등 탈세 혐의자 588명 가운데 261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쳤으며 나머지 327명에 대한 조사는 진행중이다. 앞서 국세청은 8·2 부동산 대책 발표 뒤 286명에 대한 부동산 세무조사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302명의 추가 조사 대상자(탈루혐의자)를 선정한 바 있다. 고액의 부동산 취득 자금을 가족 등으로부터 받으면서 증여세 신고를 누락했거나, 분양권 프리미엄을 과소신고해 양도소득세를 누락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국세청은 또 이와 별도로 두 차례 세무조사 뒤에도 집값이 크게 뛴 지역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바탕으로 255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추가로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의 주요 재건축 단지 아파트 취득자 가운데 아파트 거래 대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 이들이 추가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투기과열지역 내에서 거래가액 3억원 이상 주택 취득자가 신고한 자금조달 계획 1453건(9월26일~10월25일)을 국토교통부로부터 제공받은 바 있다.
국세청은 “강남 재건축 단지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 거래 자료와 현장 정보를 계속 수집하고 있다”며 “부동산 거래 탈세 혐의자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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